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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재구성 소설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최근 들어 중국의 고전이나 역사적 인물들을 소설로 재구성하는 작업들이 활발히 시도되고있다.
이 같은 고전·인물들의 소설적 형상화 시도는 원전이 갖는 경직된 이데올로기나 역사관을 우리의 현대적 시각으로 다시 걸러내고, 특히 인물의 경우 한정된 자료에 작가 가신의 주관에 의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데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고전의 소설 재구 작업을 선도한 인물은 작가 이문열씨였다. 그는 88년 여름 중국 4대기서의 하나인 『삼국지연의』를 작가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해석해낸 뒤 거기에 따라 이 소설의 기존 얼개를 다시 짜 맞춘『평역 삼국지』전10권(민음사)을 내놓았다. 읽히는 작가로서의 이씨의 인기도까지 작용하여 이 책은 곧바로 독자들의 폭발적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불과 2년여 동안 권당 평균 10만 부씩이 팔렸다.
이씨는『평역 삼국지』가 거둔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현장답사까지 하는 치밀한 사전집필준비를 마친 뒤 지금은 세계일보에『수호지』를 연재중이다.
이씨에 이어 작가 조성기씨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련의 소실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조씨가 지금까지 내놓은 작품은『전국시대』전5권(고려원)과「중국고전사상소세」이란 이름을 붙인『굴원의 노래』『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한길사)등 모두 7권.
『전국시대』는 제자백가에 의한 다양한 사상의 개화기이자일대 분 줄기였던 중국 전국시대의 인물과 사회를 재조명한 작품으로 작가 스스로가『사상최초로 소설로 집대성된 전국시대 사이기를 바라며 다른 중국고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동북아시아권에서 널리 번역 돼 읽히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하고 있을 만큼 힘들인 야심작이다.
저본으로 참조된『사기』『전국책』『열국지』등이 지니는 한계와 놓친 부분들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메우면서 당시의 시대상을 매우 포괄적·입체적으로 재현해내고 있다는 평을 듣고있다.『굴원의 노래』는 작가 조씨가 전국시대 전체를 훑어나가는 작업을 하면서 만났던 위대한 시인 굴원의 일대기를 그가 남긴 시편들에 의지해 복원하고있는 인물소설. 자료가 거의 없어 굴원 시의 재해석을 통한 유추와 작가적 상상력만으로 썼다는 이 소설에 대해 조씨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시 해설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는「맹자와의 대화」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전국시대의 학자 맹자의 삶과 사상을 소설적 구성으로 재조명하고있는 작품이다.『맹자』를 직접 읽을 때 부닥치게 되는 난해함·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당시 맹자가 주위사람들과 나눈 말들을 대화적 상상력으로 일일이 쪼개고 그것들을 다시 연대순·주제별로 재구성, 독자들이 일관된 줄거리를 따라 쉽게 읽어갈 수 있도록 배러했다. 작가 조씨는 『이들 소설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다. 전국시대에 관한 어떤 책들보다도 깊이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곧 장자·열자·한비자 등의 일대기를 소설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착수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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