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새 국방장관은 팀플레이어 한국 전작권 재협상 시도해 볼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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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를 놓고 미국과 재협상을 시도해 볼 만합니다."

5일 방한한 도널드 그레그(79.사진) 전 주한 미국 대사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퇴임에 따라 워싱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전작권 조기 이양을 주도한 럼즈펠드 장관이 물러남에 따라 이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밴 플리트 상'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작권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보는 근거는.

"전작권 이양을 밀어붙인 주역인 럼즈펠드가 물러나고 온건한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그 후임이 된다. 럼즈펠드는 국무부 입장을 무시하는 데다 자신의 생각대로 부하들을 다그치는 성격이다. 반면 정보통 출신인 게이츠는 팀 플레이어(team player)다. 게이츠가 한국 측 주장을 귀담아 들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최근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로 승진한 리처드 롤리스는 과거 나와 함께 서울에서 근무했던 한국통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잘 꿰고 있다. 한국은 적당한 기회를 봐 '전작권 문제를 재검토하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실험도 재협상의 이유가 되는가.

"좋은 포인트다. 미국의 전작권 조기 이양 방침은 북한의 핵실험(10월 9일) 이전에 이미 정해졌다. 럼즈펠드는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한국은 중대한 상황 변화를 강조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28, 29일 베이징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미.북 관계를 정상화할 용의가 있다고 제의했는데.

"좋은 소식이다. 북한은 미국 측 제안에 바로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의 제안을 제대로 검토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핵물질이나 핵기술을 중동이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에 넘기는 경우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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