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빗당겨치기는 '글로벌 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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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지만 정말 유도 잘하네요."

5일 도하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급 결승에서 이원희(25.KRA)가 일본의 다카마쓰 마사히로를 한판으로 메다꽂자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이상태(60)씨는 감격에 겨워 이같이 말했다. "사실 어제가 내 환갑이었다"면서 "원희가 정말 멋진 환갑 선물을 해줬다"고 기뻐했다.

▶빗당겨치기와 업어치기

이원희의 기술, 그 한복판에 '빗당겨치기'가 있다. 그 기술로 이원희는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세계선수권 금메달도 땄다. 이날 금메달을 확정 지은 기술도 바로 빗당겨치기다. 아테네 올림픽 빅토르 비볼(몰도바)과의 준결승전. 이원희는 1분20초 만에 업어치기 절반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10초 후 전광석화 같은 빗당겨치기로 비볼을 한판으로 쓰러뜨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전기영 코치는 "원희의 빗당겨치기는 빠르고 위력적이어서 상대가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말했다. 세계 유도가 인정하고 있는 이원희만의 명품 기술인 셈이다. 여기에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업어치기 기술도 갖고 있다. 상대가 막아내기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전 코치는 "뼈가 굵고 손이 큰 서양 선수와 만나면 '잡기'에서 불리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종료 1초를 남기고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월등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랜드슬램보다 어려운 국내 선발전

2003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도하 아시안게임 제패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원희지만 국내 선발전 과정은 험난했다. 체격이 좋고 잡기에 능한 김재범(용인대)은 이원희에겐 장벽이었다. 아시안게임 파견 1, 2차 선발전에서 모두 김재범에게 졌다. 그러나 마지막 3차 선발전에서 김재범을 꺾고 가까스로 대표로 뽑힐 수 있었다. 과거 국제대회 성적을 가점한 덕분이었다.

▶아직 배가 고프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원희지만 아직도 남은 목표가 있다. 한국 유도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이루는 것이다.

"부상 없이 체력만 유지해 준다면 베이징올림픽 우승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전기영 코치의 말에 힘이 실린다.

도하=신동재 기자<djshin@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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