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늪」에 빠진 이 영화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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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할리우드영화가 세계영화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영화계의 큰 버팀목 이었던 이탈리아영화계가 뒤뚱 거리고 있다.
이탈리아 영화계는 최근 해외에서 호평 받았던 몇편의 우수작품 제작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 불황이라는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89년 아카데미상 해외최우수영화상에 뽑혔던『시네마천국』과 『스타노 듀티베네』등의 작품으로 이탈리아영화계는 국제무대에서의 성가를 드높여 왔었다.
이와 더불어 이탈리아영화 관객수는89년부터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봤으며 90년은 전년도에 비해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여지는 등 이탈리아 영화산업은일견 중훙기를 맞지 않는가하는 예상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객수의증가는 주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자체 제작된 우수한 영화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 이러한 중홍조짐은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국내 극장측의 집계에 따르면 90년 9월에서 12월중순까지 이탈리아 국산영화는 영화관객중 15%의 관객을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록은 전후 최악의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영화산업 침체의주원인은 TV의 영화잠식.
통계에 따르면 9세이하의 어린이들중 43%가 영화관에 발을 들여놓은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탈리아 영화계를 강력하게 위협 하고있는 것으로는 손쉽게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미국 영화를꼽을수 있다.
또 이탈리아영화의 유통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미국의 것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어 미국영화의 광고에 대해 이렇다할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탈리아 영화산업의 재정적인 측면이 몇개의 소수기관에 집중되어 있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탈리아 국영 RAI와 핀베스타등은 전체 영화제작의 90%를 총괄하며 외국영화수입에도 간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폐해가 양질의 국산영화축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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