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폭탄에 호텔-유통업체 '우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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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종합부동산세 부담 때문에 업무용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도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4일 보도했다. 업종 특성상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유통업체와 호텔업체의 종부세 부담이 특히 커졌다.

서울 강남지역 등의 이른바 '고가(高價) 주택' 보유자들은 세금 납부 불복 움직임을 보이는 등 공공연히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이런저런 신경을 써야 하는 기업은 내색조차 못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호텔,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193억 원 정도를 종부세로 내야 한다. 이는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 320억9900만 원의 60%에 이른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국의 땅값이 많이 오른 데다 공시지가가 실제 땅값을 반영하는 비율인 '현실화율'이 높아져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할인점 이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는 올해 종부세로 215억 원을 내야 한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올해 보유세 부담만 2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종부세 금액이 가장 큰 기업은 KT로 250억 원가량이 부과됐다. 전국에 본부, 지점 등 부동산이 많아 종부세 부담이 커졌다. KT의 올해 종부세 부담은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 3959억 원의 약 9%.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인 SK텔레콤은 올해 30억~35억 원을 종부세로 내야 한다.

현행 종부세법에 따르면 기업 등 법인은 빌딩 상가 등의 부속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 등을 합산해 공시지가 40억 원이 넘으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세율은 보유 부동산의 합산 가격에 따라 0.6~1.6%다.

올해 법인의 종부세 과세표준 적용률은 지난해 50%에서 올해 55%로 5%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2015년까지 과표 적용률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어서 기업의 종부세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서는 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법인세율이 2%포인트 낮아졌지만 늘어난 종부세 부담으로 법인세 인하 효과가 모두 사라졌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이 서비스 업종 토지에 대한 과세 기준과 세율을 완화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재경부는 "종부세제를 바꾼 첫해인 만큼 올해 관련 세제(稅制)를 손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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