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탕발림 원조 미끼에 홀리면 파멸"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1일자 로동신문 논설을 통해 핵무장을 포기한 리비아, 사찰을 수용한 이라크, 사회주의를 포기한 동유럽 등을 예로 들면서 "제국주의자들이 내흔드는 사탕발림 '원조' 미끼에 홀리면 파멸의 길"이라고 강조했다고 조선일보가 4일 보도했다.

지난달 28.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북 회동 이후 나온 입장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에 '핵 포기시 경제지원 등 혜택'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북미 수교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 "2008년까지 핵 버려라"=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모두 15시간에 걸쳐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핵포기 대가를 설명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경제지원, 중유 등 에너지 지원, 일.북 수교시 보상금, 테러지원국 해제 등이다. 핵 폐기 절차가 2008년 부시 행정부 임기 중에 모두 완료돼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한다.

이 중 2008년이란 시점을 빼곤 모두 9.19 공동성명에 들어있다. 이번 회동이 다른 점은 북한이 힐 차관보로부터 직접 핵폐기 대가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으로서는 처음 들어본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 부시 대통령이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종전선언 서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차원의 안전보장 및 불가침의사 전달, 경제제재 해제도 언급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1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북이 핵을 이전할 경우 미국은 파멸적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 "원조 미끼에 홀리면 파멸"=북한 노동신문은 1일자 6면에 4개의 논설을 실었다. 핵무장을 포기한 리비아, 사찰을 수용한 이라크, 사회주의를 포기한 동유럽 등을 예로 들면서 "제국주의자들이 내흔드는 사탕발림 '원조' 미끼에 홀리면 파멸의 길"이라는 내용이다.

'죽음과 망국, 예속의 길'이란 글은 "서방나라들은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이 자본주의 길을 선택하면 굉장한 '원조'를 줄 것처럼 떠들었지만 자본주의 후 이 나라들이 받은 원조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또 "얼마 전 어떤 아프리카 나라 국가수반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대량 살육무기 포기 대가로 보상을 받기로 했지만 아무것도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소개했다.

'한걸음 양보는 백걸음 양보'란 글은 "이라크전쟁은 무기사찰에 의한 무장해제로부터 시작돼 전쟁으로 이어졌다"며 "현 이라크사태는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한걸음의 양보가 어떤 후과(결과)를 초래하는지 심각한 교훈을 깊이 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제와의 심각한 대결전에서 양보는 곧 투항과 파멸을 의미한다"며 "때문에 미제에 사소한 양보도 하지 말아야 하며 자그마한 환상과 기대도 갖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신문의 이 글들이 미국의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핵 포기 시 경제지원'이라는 6자회담의 기본 틀에 대한 북한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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