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지문 되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탈리아의 천재 미술가이자 과학자.사상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그림(上))의 왼손 집게 손가락 지문이 복원됐다고 AP통신이 2일 보도했다. 학자들은 이번 지문 복원을 통해 다빈치 작품의 진위는 물론 그의 혈통과 생활상에 대한 연구가 빛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부 치에티대학 인류학연구소 루이기 카파소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3년간 다빈치 관련 52장의 문서에서 채취한 약 200개의 부분 지문을 조합하는 작업을 벌인 끝에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카파소 소장은 복원된 지문에 대해 "천재 다빈치가 아닌 인간 다빈치의 면모를 밝혀 줄 생물학적 정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다빈치는 작업 도중 종종 음식을 먹었으며, 더러운 손으로 작업한 사실이 발견됐다. 학자들은 그의 지문에 침과 음료, 그리고 음식물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학자들은 또 이번 지문 복원을 통해 다빈치의 어머니가 중동지역 출신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민족이 특유의 지문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학자들은 그의 지문이 아랍인의 60%에서 나타나는 특정 비율을 띠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빈치 관련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빈치의 어머니가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탈리아 투스카니로 끌려온 노예일 수 있다는 주장이 과거에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다빈치의 고향인 빈치의 알레산드 베조시 다빈치 박물관장은 지문 연구가 "다빈치의 어머니에 대한 기존 연구를 상당히 뒷받침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노예 매매 문서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는 추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원고에 남은 지문 가운데 일부는 후대 사람들이 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생긴 것일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카파소 소장은 그런 점을 감안한다 해도 잉크 얼룩을 지우려고 애쓴 사람의 지문은 분명 다빈치의 것이라고 말했다.

다빈치 연구의 대가인 나폴리 대학의 카를로 베체 교수는 지문 연구에 대해 "상당히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기존 연구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의문"이라며 "다빈치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천재적인 지적 활동, 즉 그가 남긴 저술들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