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비리 파헤친게 없다/용두사미 교도소 탈옥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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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교도관 내통 여부도 못밝혀/당국의 척결의지 실종 우려
지난해 연말 온 국민을 경악시켰던 전주교도소 죄수집단탈옥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교도소내 각종 부정·비리를 적나라하게 밝히겠다고 했으나 이번에도 제대로 진상을 밝히지 못한채 서둘러 수사를 매듭,교도소내 비리는 계속 의혹으로 남게 됐다.
사건을 수사중인 전주지검은 사건직후 교도소내의 각종 비리를 밝혀내겠다는 방침아래 교도소내 문제점으로 ▲반입이 금지된 쇠창살 절단용 쇠톱과 사다리를 만들때 쓴 망치·못·각목 반입경위 ▲도주때 갖고있었던 55만원의 출처 및 마련경위 ▲교도관들의 내통 또는 방조여부등을 집중수사키로 했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주범 박봉선이 도주하면서 택시운전사에게 자랑했듯이 ▲교도소안에서의 공공연한 담배거래행위 ▲형식적인 감방수검 ▲현금·끈달린 운동화·옷감등의 교도소내 반입에서 나타난 수감자와 외부인과의 접촉을 가능하게 해준 교도관 부정 등을 밝혀내겠다고 했었다.
검찰관계자는 사건발생 직후 담배 한개비에 1만∼1만5천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검찰은 이에 덧붙여 이같은 부조리가 제거되지 않는한 교도소내 부조리는 끊길 수 없고 이번 탈옥사건도 이같은 부조리가 행해질 수 있는 풍토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단호한 의지를 밝혔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전주지검 특별수사반(반장 이만희 부장검사)은 교도관들의 관련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교도관 40명,재소자 13명,경비교도대원 6명등 59명을 불러 이틀동안 철야조사를 했다.
그러나 검찰은 끝내 이들로부터 아무 것도 밝혀 내지 못하자 관리행정상의 책임만 따져 지난해 12월31일 교도관 3명을 직무유기·공문서위조 및 동행사혐의로 구속했으며 정원철 보안과장(48)과 유홍 전 보안과장(47·현 전남 순천교도소 서무과장)등 과장급 2명을 포함해 보안과직원·경비교도대원등 60여명의 명단을 법무부에 통보,징계를 의뢰하는 것으로 사실상 수사를 끝냈고 법무부는 4일 이중 34명을 징계했다.
이들에 대한 징계의뢰 이유는 감독 불충분·직무태만·계호근무준칙불이행·경비순찰불이행 등이었다.
검찰은 행정상의 책임만 따지고 수사를 끝낸데 대해 주범등 2명은 자살했고 살아남은 김모군(17)은 이번 범행에 깊이 간여하지 않아 전모를 모르는데다 연루혐의자들이 완강히 사실을 부인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반입된 물품이 있는데다 범인들이 입고 달아난 옷을 교도소앞 가게에까지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외부에 있는 사람과 면회등을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도 그같은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조기수사종결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은폐하려한다는 의혹을 면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 되풀이돼온 교도소비리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전주=현석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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