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비전과 행동으로 새로 쓰는 한·아프리카의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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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행동 없는 비전은 한갓 백일몽에 지나지 않지만, 행동 있는 비전은 세상을 바꾼다.” 고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오는 6월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비전과 행동으로 한-아프리카 관계의 미래를 새로 쓰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첫 결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프리카를 단순한 원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젊고 성장 잠재력이 큰 미래의 대륙이다.

총인구 중 60%가 25세 이하이며, 세계 광물자원의 30%가 아프리카에 매장되어 있다.  2021년에 출범한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AfCFTA)는 아프리카를 인구 14억 명, 총 GDP 3.4조 달러의 거대 단일 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아프리카는 국제무대에서 부쩍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이기도 하다.

세계가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으로 블록화하면서 유엔 회원국 1/4 이상을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작년 아프리카연합(AU)의 G20 가입이 이를 웅변적으로 말해 준다. 유엔 안보리 의제의 절반이 아프리카 이슈일 만큼 국제 평화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아프리카와의 협력은 이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추구하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은 아프리카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어려움을 몸소 겪고 극복한 나라이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단기간 내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우리의 성공담은 아프리카 국가에 커다란 희망과 영감을 주고 있다. 식민 지배와 피지배의 아픈 기억도 없어 서로 진정성 있게 소통하며 소중한 경험과 교훈을 나눌 수 있다.

아프리카에 이보다 더 좋은 협력 파트너가 또 있을까.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기만 하면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두 팔을 벌리며 달려올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번 정상회의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가는 긴 여정의 출발점이다.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 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라는 주제는 서로 도와가며 오랫동안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으로 함께 할 때 한-아프리카 협력은 풍성한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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