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연금개혁은 구조개혁의 문제"…연금통합-안정화장치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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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26일 “구조개혁 없는 국민연금개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연금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질하는 구조개혁을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분리해서 처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개혁은 단순한 수치 조정의 문제가 아닌 구조개혁의 문제”라며 “구조개혁 방안은 쏙 빼놓고 소득대체율 부분만 제시하며 국민의힘이 제안한 연금개혁 방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받아들이겠다”며 21대 국회 임기 내 개혁안 처리를 주장한 걸 반박한 것이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인상하는 데까지는 의견을 좁혔다. 하지만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에 대해 국민의힘은 43%를, 민주당은 45%를 각각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다 지난 7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소득대체율 44%’만을 거론하며 국민의힘 입장을 수용한 것처럼 밝히는 데 대해 “거짓말”이란 입장이다.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구조개혁 부대조건 합의가 잘 되면 44%까지 추가논의 가능하다는 조건부 이야기였는데, 그걸 마치 모수개혁만 해도 44%를 수용한다고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이 대표 발언은) 명백한 사기”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여권이 강조하는 구조개혁은 무엇일까.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구조개혁 부분에 대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향후 인구구조 및 기대여명 변화와 연금재정건전성 지표 변화 등에 따른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은 단순한 수치 조정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기본틀부터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개혁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유경준(오른쪽)·김성주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유경준(오른쪽)·김성주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유경준 의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재정립 및 통합은 연금특위 논의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제안한 부분”이라며 “소득대체율을 올릴 경우 재정부담이 커지니 이를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연금특위 위원인 배준영 의원은 “국민연금은 점점 낮아지고 기초연금은 점점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한꺼번에 논의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혼란이 있겠다고 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같이 묶어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구조개혁을 아예 외면해왔다”고 비판했다.

자동안정화장치는 연금재정 상황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정해 연금재정 고갈을 방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본은 2004년 개혁 당시 출산은 줄고 수명은 늘어나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상당수가 이러한 연금재정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다.

확정급여(DB) 방식을 확정기여(DC)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구조개혁의 핵심 내용이다. 현행 국민연금은 자신이 납입한 보험료와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은퇴 뒤 받을 급여가 미리 확정돼 있는 확정급여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연금재정 상태와 무관하게 가입자에게 미리 약속한 돈을 줄 수밖에 없다.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가 부담을 크게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확정기여 방식은 보험료, 운용수익, 기대여명 등에 따라 나중에 돈을 받기 시작할 때 급여 수준이 확정된다. 수령 연금액이 유동적이라 재정 측면에서 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여권이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이유는 연금재정의 지속성뿐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을 국민연금개혁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연금특위 관계자는 “구조개혁 없이는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없다”며 “모수개혁만 진행될 경우 연금 고갈 시기만 소폭 늦춰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구조개혁을 모수개혁과 함께 추진해야 미래 세대가 신뢰할 수 있는 연금개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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