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公心, 용산 당혹…"일하는 분위기로" 공직기강 특별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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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친 공무원들이 정부세종청사로 복귀하고 있다. 세종=나상현 기자

20일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친 공무원들이 정부세종청사로 복귀하고 있다. 세종=나상현 기자

총선 이후 두드러진 공직 사회 복지부동에 대해 용산이 빼 든 칼은 기강 다잡기다. 이미 총선 직후 한 차례 복무 점검에 나선 데 이어, 향후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대통령실의 민정수석실 복원을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3주간 세종시 정부 부처 및 소속 기관을 중심으로 ‘공직 기강 특별 점검’을 했다. 공무원이 출근 시간 및 점심시간을 지키는지, 허위 출장이나 음주 등 불미스런 행위를 하지 않는지 등을 점검하는 취지다. 공무원들은 해당 기간 점심 식사를마치자마자 서둘러 사무실로 복귀하는 등 몸을 사렸다.

국조실은 특히 부처 감사관실마다 공문을 보내 ‘부처 간 엇박자, 부처 이기주의, 기(旣)발표한 정책의 추진 지연 사례’ 등도 중점 점검 사항으로 명시했다. 통상적인 복무 점검보다 강도가 셌다. 각 부처는 내부 기강 점검 계획을 세워 이달 말까지 국조실에 제출할 계획이다. 일부 부처는 직원 PC 점검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복무 점검은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치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후인 지난달 15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 회동에서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와 공직 기강을 다시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다음 날인 16일 국무회의에서도 “공직 사회에 기강이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늘 점검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총선 이후 다소 어수선해질 수 있는 공직 사회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한 포석의 하나가 민정수석 신설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고 기존 비서실장 직속 조직이던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민정수석실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정책과 사정에서 용산이 ‘그립(장악력)’을 쥐어야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역대 정권마다 힘이 빠지면 청와대(대통령실) 권한을 키웠다. 연일 공직 기강을 다잡고 민정수석을 복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공직 복무 점검을 상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가에선 “총선 패배의 불똥이 공무원에게 튀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한 과장은 “올해만 벌써 몇 번째 복무 점검인지 모르겠다. 정권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며 “책상만 지키지 말고 현장으로 나가라고 권하면서 구시대적으로 점심시간을 지키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공무원만 다잡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일각에선 복무 점검 강화를 세종시의 총선 결과와 연결짓기도 한다. 이번 총선에서 정부 부처가 밀집한 세종시의 투표율은 70.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는 세종시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특히 세종시에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28.98%)가 조국혁신당(30.01%) 보다 낮은 비례대표 득표율을 가져갔다. 충청권에서 유일하다.

세종시 인구에서 공무원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이다. 총선 결과가 공무원들의 불만 표출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세종시가 상대적으로 야성(野性)이 강한 30·40대 젊은 층의 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야권에 표가 몰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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