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법사위장 꿈깨라' 시위…개딸, 국회 원구성까지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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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왼쪽), 박주민 의원(오른쪽)

정청래 의원(왼쪽), 박주민 의원(오른쪽)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에 이어 거야(巨野)의 입법권력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팬덤 ‘개딸’이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속 터져 죽는 걸 보고 싶다”며 4선 정청래 의원의 법사위원장 선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국회에선 3선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다. 하지만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정 의원이 21대 하반기 국회에서 여야가 과방위원장·행안위원장 자리를 맞교대하는 과정에서 과방위원장 1년만 지낸 걸 근거로 “정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아도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 의원이 과방위원장을 지낸 2022~2023년 과방위는 회의 일방 소집 논란과 여당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거듭했지만 오히려 “눈치 안 보고 밀어붙일 사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정 의원도 최근 개딸의 요구에 부응하는 글을 부쩍 자주 올리고 있다. 그는 16일 국회의장 선거 뒤 “당원이 주인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페이스북 글을 10개나 올렸다.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선 수차례 당원에게 사과했다. 2021년에 법사위원장을 노렸으나 박광온 의원에게 밀렸던 정 의원이 ‘추미애 탈락’ 파동을 계기로 법사위원장에 성큼 다가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박주민 의원 사무실에 항의 대자보가 붙어있는 모습. 강보현 기자

22일 박주민 의원 사무실에 항의 대자보가 붙어있는 모습. 강보현 기자

반면에 정 의원 경쟁자로 법사위원장을 노리고 있는 박주민 의원에겐 불똥이 튀고 있다. 22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박 의원 지역 사무실 앞엔 “박주민 의원님, 마음대로 하셨다면 민주당 딱지 떼고 당원 없이 혼자 나가 당선되세요”라고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박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없음에도, 일부 강성 당원은 박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뽑지 않았다고 단정하면서 항의에 나선 것이다.

대자보엔 “일하는 척하다가 파란 딱지만 달면 당선되는 은평갑에서 천년만년 해 먹을 수 있다? 앞으로 서울시장이요? 박영선 꼴 납니다”는 문구도 담겼다. 대자보 옆에는 “우리가 개돼지인 거지 뭐” “박병석, 김진표에게 당하고도 똑같이 생각하는 국개들” 등의 댓글을 캡처한 인쇄물이 나란히 걸렸다. 대자보를 붙인 당원은 20~21일 이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특히 박 의원이 개딸의 표적인 된 건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과 박 의원은 을지로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해, 강성 당원은 박 의원을 ‘우원식 당선의 키맨’으로 지목하고 있다. 각종 친야 성향 커뮤니티엔 박 의원에 대해 “사쿠라 기질이 보였다”(딴지일보) “법사위원장 자리 줘봤자 골치만 아프다”(디시인사이드)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주민 의원 사무실에 붙은 대자보. 강보현 기자

박주민 의원 사무실에 붙은 대자보. 강보현 기자

이처럼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개딸의 입김이 거세지는 상황을 두고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탈당 사태가 심각한 만큼 당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은 “법사위원장 지명은 선거로 뽑는 국회의장과 달리 원내대표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상임위원장을 한 번도 맡지 못한 3선 의원 의원이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을 고려해 “1년이라도 상임위원장을 지낸 4선을 또 시킬 순 없다”(원내지도부 의원)는 의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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