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형 늘봄’ 보낸 학부모 “사교육비 20만 원 줄어”…교육감 “내년 초3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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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남구 연포초에서 1학년 학생들이 늘봄교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교육부, 부산시교육청

16일 부산 남구 연포초에서 1학년 학생들이 늘봄교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교육부, 부산시교육청

학교가 학원보다 더 좋아요. 친구들이 많고, 재밌는 것도 더 많아요.

지난 16일 오후 2시 부산 남구 연포초등학교. 복도에서 만난 한 1학년 학생은 이렇게 말하며 늘봄학교 미술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실 안에서는 정규수업을 마치고 모인 학생들이 큰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쓱쓱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래층에선 한자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여명의 초등 1~2학년 학생들이 교사의 강의에 따라 큰 소리로 ‘큰 대(大’) 자를 따라 읽으며 공책에 또박또박 눌러썼다. 몇몇 학생들은 1인당 한 대씩 받은 학습용 태블릿 PC를 보면서 한자를 공부했다. 수업을 듣는 연포초 1학년 학생은 “친구들이랑 같이 하니까 한자 공부가 재밌다”고 했다.

부산 늘봄학교, 초등 1학년 90% 이상 참여 

16일 부산 남구 연포초에서 1학년 학생들이 늘봄교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교육부, 부산시교육청

16일 부산 남구 연포초에서 1학년 학생들이 늘봄교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교육부, 부산시교육청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학교에서 제공하던 방과 후 학교와 돌봄을 확대·다양화하고 1일 2시간까지 무상으로 운영하도록 한 정책이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까지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원하는 누구나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은 이미 초등학교 1학년의 90.3%가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늘봄 선도 지자체’로 꼽힌다. 시내 초등학교 304개교가 모두 늘봄학교를 시행 중이다. 연포초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187명 중 가정돌봄을 희망하는 5명을 제외한 182명(97%)이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늘봄학교에서는 정규 수업 이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기존 방과 후 학교에 해당하는 학습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동음악·연극·구연동화·아동체육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기존 돌봄에 해당하는 ‘보살핌 늘봄’까지 같이 하게 된다면 오후 7시까지 학교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하윤수 교육감 “사교육도 늘봄으로…늘봄전용학교도 만들 것”

16일 부산 남구 연포초에서 1학년 학생들이 늘봄교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교육부, 부산시교육청

16일 부산 남구 연포초에서 1학년 학생들이 늘봄교실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교육부, 부산시교육청

이날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늘봄학교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조유리 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되자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컸는데, 늘봄학교가 시행된 덕에 한 시름 놨다”고 했다. 1학년과 3학년 자녀를 둔 예남희 씨는 “첫째는 수업 후 여러 학원 차를 옮겨 타고 다니며 힘들어했고 학원비 부담도 컸는데, 둘째는 매일 2시간씩 학습형 늘봄학교를 듣고 태권도 학원에만 가면 제 퇴근 시간에 맞출 수 있다”며 “사교육비 부담도 한 달에 20만원 이상 줄었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부산시는 학교 교사들의 늘봄학교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늘봄 프로그램 강사 총 766명 중 외부 강사가 615명이고, 교원은 151명이다. 모두 다 희망 교원이라고 한다. 임미경 연포초 교사는 “교사들이 전문가인 만큼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위해 자기 역량을 발휘하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그러다 보니 학부모 만족도도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늘봄학교 프로그램 확장을 위해 사교육을 학내로 끌어오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그는 “발레와 같은 사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학원비는 크게 낮추고 질 관리는 제대로 한다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늘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늘봄을 확대 적용하고 24시간 긴급보살핌이 가능한 늘봄센터와 늘봄전용학교들을 더 많이 만들겠다”며 “늘봄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교육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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