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리가 여당인가 생각 든다"…황우여 순간 표정 굳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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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양당 대표가 뼈 있는 말을 던지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실에서 황 위원장을 맞이했다. 황 위원장은 “이 대표님이 저하고 같은 인천 분이다. 이웃사촌이고 존경하는 지역구 의원인데 이제 야당 지도자가 되신 것에 뿌듯하게 존경과 애정을 표한다”고 말했다. 15대 국회에 비례 의원으로 당선된 뒤 인천 연수에서만 내리 4선(16~19대)을 지낸 황 위원장이 인천 계양을이 지역구인 이 대표와의 지역 연고를 강조한 것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황 비대위원장이 먼저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40520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황 비대위원장이 먼저 발언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240520

하지만 황 위원장은 이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황 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은 제가 18대 여야 원내대표를 나눠서 했다”며 “저희 당이 (우당을 포함) 198석인가를 했고 김 의장이 이끄는 당이 89석이었는데, 매일 만나 김 의장이 바라는 바를 놓치지 않고 다 챙겨드렸다”고 했다. 황 위원장과 김 의장은 앞서 이날 오전 만난 자리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있는지 자괴감이 들고, 팬덤 정치가 상대를 악마화한다”(김진표) “조만간 국민의힘 들어오시는 거 아닌가. 워낙 애정이 많으시다”(황우여)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함께 환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함께 환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존경하는 정치계 대 선배”라고 치켜세우면서도 “5·18 행사 옆자리에서 드린 말씀이 있는데, 정치인이 여야 갈려서 만나지 않을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 적대적으로 진짜 싸우더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이기 때문에 역할과 품격을 지켜주시면 좋겠다”며 “감정적 언사, 지나친 적대감 감정 표출하는 건 정당 대표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이 할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황 위원장의 지적에 반박하듯 “우리 당이 여당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며 맞공세도 폈다. 그러면서 “야당이 쫓아다니면서 발목 잡는다는 정도로 견제하는 게 통상 모습인데, 지금은 안타깝게 민주당 야당이 해 나가면 여당이 막는 그런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국민이 총선에서 표출한 (민의는) 국정 기조 전환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하자, 일순간 황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황 위원장은 13분간의 비공개 만남 뒤에 “자주 대화하고, 존중하자는 원론적인 말을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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