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하' 웃음까지 완벽 소화…이제훈 "인간 최불암 연구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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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 젊은 박영한 형사 역할을 맡은 배우 이제훈. 사진 컴퍼니온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 젊은 박영한 형사 역할을 맡은 배우 이제훈. 사진 컴퍼니온

“20년 동안 880회에 걸쳐 사랑받았던 이야기를 프리퀄로 만든다고?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최고 시청률 70%를 찍으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MBC 드라마 ‘수사반장’이 35년 만에 속편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배우 이제훈(40)은 “기대감과 함께 반드시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로 가득 찼다”고 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수사반장 1958’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방영한 국민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로, 원작에서 배우 최불암이 연기했던 박영한 형사가 서울에 부임한 1958년을 배경으로 한다. 첫 회 시청률 10.1%(닐슨, 전국)로 출발한 드라마는 마지막 10회차 10.6%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종영했다.

“최불암에 누 안 끼치려는 사명감으로 연기”

‘수사반장 1958’은 1970년대 방영한 국민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이다. 배우 최불암이 연기했던 박영한 형사가 서울에 부임한 1958년이 배경이다. 사진 MBC

‘수사반장 1958’은 1970년대 방영한 국민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이다. 배우 최불암이 연기했던 박영한 형사가 서울에 부임한 1958년이 배경이다. 사진 MBC

이제훈은 ‘수사반장 1958’에서 종남경찰서 베테랑 형사로 성장해가는 청년 박영한을 연기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최불암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한 사명감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의욕이 앞섰던 기획 초반과 달리 “정작 대본을 받고 나선 고민이 많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처음에는 오리지널 박영한을 ‘복사본처럼 따라 하자’는 생각으로 막연하게 준비했다. 막상 연기하다 보니 헛도는 느낌이 들었고, 최불암 선생님과 외적으로 크게 닮지도 않았는데 그저 따라 한다고 납득할 만한 연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최불암의 모든 면모를 캐릭터로 확장하겠다는 각오로 연기에 임했다"고 했다.

이제훈은 배우를 넘어 ‘인간 최불암’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수사반장’에서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MBC, 1997~98)에선 인자하면서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과거 ‘최불암 시리즈’의 코믹한 모습부터 광고, 그리고 요즘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KBS)까지 선생님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자연스럽게 청년 박영한으로 연결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배우 이제훈은 "청년 박영한을 연기하기 위해 최불암의 여러 면모를 분석하고 캐릭터에 녹였다"고 한다. 사진 MBC

배우 이제훈은 "청년 박영한을 연기하기 위해 최불암의 여러 면모를 분석하고 캐릭터에 녹였다"고 한다. 사진 MBC

최불암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파~하!’하는 웃음소리를 이제훈 버전으로 소화했고, 요즘 드라마에선 담기 어려운 흡연 연기는 눈빛으로 대체해 표현했다. “원작을 전부 챙겨봤는데, 그 시절 박영한의 고뇌하는 모습은 인상을 찌푸리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으로 많이 표현되더라. 안타깝게도 담배라는 도구를 활용하기 어려운 여건이라, 원작에서 선생님이 범죄자들을 마주할 때 연기한 설득력 있고 강렬한 눈빛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제훈의 연기를 본 최불암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제훈은 “(최불암이) ‘고민한 흔적이 많아서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박영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만큼 감정과 화가 많이 담긴 모습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주셨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 초반에는 거칠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발산하는 박영한 모습을 표현했고, 극 중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했다.

“작품·캐릭터, 배우로서 목소리 내는 통로”

드라마에는 중앙정보부가 개입된 주가 조작 사건과 같은 권력형 범죄부터 사이코패스와 촉법소년 범죄, 옥수수 가루에 톱밥을 섞어 판매하는 사기 범죄까지 다양한 사건이 등장한다. 이제훈은 “드라마 배경이 되는 1950~60년대에서 60~70년이 흘렀지만, 현재와 동떨어진 사건들이 아닌 것 같아 소름 돋으면서도 안타까웠다”면서 “이러한 사회 문제가 반복되고 재발하는 것에 대해 그나마 배우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그널’(tvN)의 박해영 형사, ‘모범택시 1·2’(SBS)의 김도기 등 정의를 구현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는 “장르물이라든가 사회문제를 짚는 작품을 연달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품들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시청자의 니즈(수요)가 있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히어로(영웅)든 악인이든, 아니면 구별이 안 가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든 연기하는 캐릭터는 다양하게 도전하려는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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