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 “푸틴, 시진핑 만나 올림픽 기간 휴전 논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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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호 10면

푸틴 대통령이 17일 하얼빈에서 열린 러시아-중국 박람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17일 하얼빈에서 열린 러시아-중국 박람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올림픽 휴전’ 문제를 논의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올림픽 휴전’은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고대 올림픽 이래의 전통을 말한다. 푸틴 대통령이 16일 시 주석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자국 언론에 밝힘으로써 2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이 오는 7월 파리 올림픽 기간에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은 최근 유럽 순방 중 정상 회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해 여름 프랑스 파리 하계 올림픽 기간 휴전을 공동 제안한 바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동방의 모스크바’로 불리는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찾았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이날 제8차 러시아-중국 세계박람회(엑스포) 개막식과 제4회 러시아-중국 지역 간 협력 포럼에 참석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동맹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러시아는 중국에 저렴한 친환경 에너지를 중단 없이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양국의 불가분한 파트너십은 양국 경제 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에너지 안보를 안정적 보장하며 새로운 산업과 고임금 일자리 창출을 촉진한다”며 “국민에 대한 삶의 질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표적 군사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하얼빈공업대학도 찾아 학생과 교직원들을 만난다. 하얼빈공대는 미국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혐의로 2020년 미국 상무부 제재 목록에 올랐다. 중국과 러시아가 오랫동안 과학 연구를 협력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하얼빈 방문 일정엔 한정 국가부주석이 함께했다. 러시아 측에서는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분야 부총리를 비롯해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의 이고리 세친 최고경영자 등 정·재계 인사 20여 명이 동행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서방 세계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가 ‘강한 동맹’이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의 동아시아 선임연구원 리처드 맥그리거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끌어안은 것은 양국 및 두 지도자 사이가 긴밀하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도록 압박하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동북 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의 중심지 중 한 곳인 하얼빈은 러시아와 밀접하게 얽힌 도시다. 작은 어촌이던 하얼빈은 1898년 러시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잇는 동청철도를 만들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인도 한때 15만 명 넘게 거주했고 현재도 성 소피아 성당 등 러시아풍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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