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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충성가문' 김일성 빨치산 동지 핵심 … 군 간부도 '수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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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통치와 그 수혜층인 600여 '충성 가문'에 대해 제재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김 위원장이 특권층과 함께 즐기거나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치품목이 대상이다. 주목할 대목은 600여 '충성 가문'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들이야말로 김 위원장의 통치기반을 유지하는 버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비자금 통치'의 실상=김 위원장의 비자금 규모는 최소 20억 달러(약 2조원), 최대 60억 달러로 추정된다. 미 정보 당국은 40억 달러가량으로 본다. 김 위원장은 이 돈을 자신의 호화로운 생활과 권력 핵심층에 줄 선물 구입 등에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물 구입은 노동당에 전담부서를 마련할 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 배신자에 대해선 단호한 숙청을, 충성 그룹에 대해선 분에 넘치는 선물을 주면서 '당근과 채찍'의 통치술을 구사하기 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구입하는 물품은 '1호 물자'로 불린다. 대외적으로는 무역업체의 간판을 걸고 일본.중국.유럽.마카오 등지에서 사들인다. 필요하면 김 위원장의 전용기까지 뜬다고 한다. 이렇게 구입한 사치품은 김 위원장의 친인척과 측근들에게 뿌려진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만나거나 주재하는 연회의 장소.대상에 따라 등급을 달리해 고급 시계.양주.양복.전자제품 등을 기념품으로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측근 그룹에게는 벤츠.BMW 등 고급 승용차에 자기의 생일(2월 16일)을 딴 '216××××'의 번호판을 달아 선물하곤 한다. 김 위원장의 일본인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최근 회고록에서 "100㏄짜리 양주 잔을 몇 차례 '원샷'에 마시면 100달러 현찰 다발을 주거나 냉장고.컬러TV.캠코더.DVD 플레이어 등을 나눠줬다"고 증언했다.

자신의 생일과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 등 '명절' 때 주민에게 돌리는 선물도 통치자금으로 마련한다. 일명 '명절 선물'이다. 김 위원장 명의로 식량.육류.콩기름.사탕.의류 등을 나눠주는 것이다.

◆ '충성 가문'은 누구=미 정부가 북한의 사치품 소비 계층으로 지목한 600여 가문은는 김 위원장의 친인척과 핵심 권력층과 다름없다. 당과 군부, 내각의 고위 간부를 망라한 집단이다. 이들은 출세가도를 달리면서 김 위원장의 각별한 배려를 받고 있다.

그중 김일성 주석과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함께했다는 세력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을설 호위총국장(85.인민군 원수), 황순희(87.여) 등 10여 명이 살아 있다. 혁명열사릉에 안장된 130여 명의 후손 중에는 김국태 당 비서(김책의 아들), 최용해 전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제1비서(최현의 아들) 등을 손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친인척으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일성의 사촌 매제), 장성택 당 제1부부장(김정일의 매제) 등이 있다. 장성택의 형제인 장성우 인민군 차수(당 민방위부장) 등도 거론된다.

군부 핵심 인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영춘 총참모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은 김 위원장에게 수족 같은 존재다. 현철해.박재경.이명수 대장 등은 최근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당과 내각의 고위 간부 역시 '충성 가문'의 반열에 들어가는 데 부족하지 않다. 이들은 죽어선 국립묘지격인 애국열사릉에 묻힌다. 이곳엔 현재 640여 기의 묘가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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