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음 대권 노린 자민당 파벌 입김/일 부분개각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가이후총리 내년 단행계획 각파 압력으로 무산/금품 스캔들 휘말렸던 거물들 복귀여부도 관심
그동안 연내개각설과 신년초개각설이 팽팽히 맞서오던 일본에서도 마침내 연내개각으로 낙착,29일 가이후(해부) 총리가 전면 개각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개각은 자위대 해외파병 논란이후 구겨진 가이후내각의 체면회복과 리크루트 부정사건 이후의 분위기쇄신을 노린 표면적 명분 외에 포스트해부를 향한 자민당내 각 파벌들의 치밀한 정치적 포석이 배후에 깔려있다.
가이후 총리로서는 라이벌 계파들의 계산대로 서둘러 개각을 실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내년도 예산결정등 실무적인 현안들을 내세워 개각을 최소한 내년초까지라도 미루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슬슬 차기대권을 향한 구도를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각 계파들은 연내개각을 미룰 경우 내년 봄까지 질질 끌려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조기개각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철저한 파벌안배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집권 자민당은 내각에 얼마나 비중있는 자파의원들을 포진시키는가가 대권전략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특히 가이후내각을 리크루트사건 후의 잠정내각으로 생각해온 다수파들은 이제 자신들이 집권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우선 가이후 2차내각을 흔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각에서 또하나 가이후 총리와 각 파벌간의 이견은 과거 록히드·리크루트 두 사건에 연루됐던 거물정치인들에 대한 「복권」문제였다.
가이후내각의 출범이후 개각이 있을때마다 각 계파에선 끊임없이 이들 사건에 희생됐던 자기네 정치거물들의 복권을 꽤했었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이후 총리의 완강한 거부로 번번히 무산되었다.
이번 개각과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와타나베파의 회장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는 지난 16일 선거구인 도치기(회목)현에서 행한 연설에서 가이후 총리가 더 이상 두 사건에 구애받지말 것을 공공연히 요구하면서 록히드사건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9선의 정치거물 사토(좌등효행)씨의 입각 필요성을 비췄다.
중병설속에서도 활발한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있는 아베파회장 아베 신타로(안배진태랑)도 집요한 집권의욕을 보이고 있다.
아베회장 또한 자파의 중심인물인 모리(삼희랑) 전 문부상과 가토(가등육월) 정조회장을 「입각」시키려 하고 있다.
그밖에 최대파벌인 다케시타(죽하)파·미야자와(궁택)파 등도 비슷한 계산을 해왔다.
특히 미야자와는 리크루트 사건 연루자인 가토(가등굉일) 전 방위청장관을 추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이나무라(도촌이행) 전 환경청장의 주식스캔들은 가이후 총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사건관련 정치거물들의 입각을 막는 명분을 주었다.
이번 개각은 막강파벌의 정권욕을 업은 정치적 입김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이후총리의 외로운 모습이 드러난 한판이다.<김국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