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연일 최고가…美보다 피벗 빨랐다, 잇따라 금리 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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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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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물러나는 가운데 유럽이 먼저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 600지수가 이날 516.76으로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3거래일 연속 최고가다. 특히 영국 런던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0.33% 오른 8381.35로 마감됐다. 종가 기준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로 연초 이후 8.5% 이상 뛰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대표지수인 DAX 지수는 전날보다 1.08% 오른 18686.85에 거래를 마쳐 지난 3월 28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18492.49)를 넘어섰다.

유럽 증시가 고공 행진하는 것은 ECB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이르면 6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반영되면서다.

9일(현지시간)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으나 올여름 금리 인하에 돌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해 “고무적인 소식이 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목표치인 2%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상황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낙관한다”고 밝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 통신에 “앞으로 나올 인플레이션과 임금 지표는 6월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CB의 6월 기준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몇몇 위원은 금리를 인하하는 데 있어 충분히 자신감을 느꼈다”며 꾸준히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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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유로존 유럽 국가에선 이미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섰다. 지난 3월 스위스가 깜짝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 체코, 헝가리가 뒤를 이었다. 8일(현지시간)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도 8년 만의 첫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에릭 테딘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유지된다면 기준금리가 하반기에 두 차례 더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미국보다 앞서서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키를 바꾼데는 이유가 있다. 물가가 점차 안정화돼 경기부양에 통화정책 초점을 맞출 여력이 생긴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물가가 잡히지 않는 반면 유럽 쪽 물가는 다들 2%대 진입을 한 상황”이라며 “금리를 인하할 물가 여건도 조성됐고, 경기 부양 차원에서 (유럽이)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과 영국의 피벗(통화정책 변화) 시동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럽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금리 차 확대에 따라 자본이 유출될 수 있어서다.

한편,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힌 미국은 금리인하 시점이 불확실하다. 최근엔 각종 경기지표에 증시도 오르락내리락한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장 초반 혼조세를 보이다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1000건으로 8개월 만에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간 과열 양상을 보여 온 미국의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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