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국문과 대학동기, 70년의 사랑으로 이어진 만남[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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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강인숙 지음
열림원

"그때부터 내 세계에는 새로운 태양이 떴고, 나는 그를 향해서 도는 해바라기가 되었다. (중략) 연인이면서 팬이기도 했던 그 무렵의 나는 그의 말들을 황홀하게 경청했다."(120쪽)

이토록 절절한 고백이 또 있을까. 서울대 국문과 동기로 만난 동갑내기 남자와 여자는 1년 만에 서로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그렇게 시작한 사랑을 70년간 이어갔다.

2022년 남자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흔을 넘긴 여자는 이제 하루 두 시간밖에 글을 쓸 수 없다. 자신의 막바지 시간을 바쳐 남자와 함께한 세월을 정리했다. "이제는 나만큼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여자는 부인이자 책의 저자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이다.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이 지난해 2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어령 선생의 1주기 추모전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김현동 기자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이 지난해 2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어령 선생의 1주기 추모전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김현동 기자

책은 크게 1~3부와 부록으로 구성됐는데, 전체의 7할인 1부가 중심이다. 다시 1부는 두 사람의 '만남'을 경계로, 일가친척에게 전해 들은 이 장관의 어린 시절, 함께 살며 경험한 그 이후로 나뉜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시대의 지성'으로 불린 이 장관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정치한 문장 속 절절한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쪽이다. 책장 군데군데 모르는 새 찍어낸 눈물 얼룩이 묻어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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