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로운' 가족과 '헤어질 결심' 한다면...죄책감 대신 자기애 강화를[BOOK}

중앙일보

입력

책표지

책표지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심심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 부부의 날(21일), 성년의 날(셋째 월요일)이 있는 5월 가정의 달에는 모든 가족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보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가족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서로 마주 쳐다보기도 힘겨워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의 지은이 셰리 캠벨도 자신이 ‘해로운’ 가족을 견디기가 힘들어 탈출한 사례라고 고백한다. 캠벨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끊임없이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그는 45세가 돼서야 비로소 해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자신을 우선시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자신의 실제 생활과 심리학자로서 쌓은 정신의학 지식, 그동안 캠벨이 상담해 준 사람들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해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 끊은 후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자신을 매정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차분히 안내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여기서 ‘해로운’ 가족이라 함은 단순히 결함 있는 가족과는 개념이 다르다.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나 ‘부모가 달라졌어요’에서처럼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 일반적인 결함과는 다른 것들이다. 실제로 학대나 폭력 등으로 해악을 끼치는 정도가 심한 가족을 뜻한다. 지은이는 분명히 선을 그을 대상으로 확신한다면 자신처럼 참지 말고 과감하게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것이 자신을 속이지 않고 뒤늦게나마 행복한 삶을 찾는 출발점이자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해로운 가족과의 관계 단절은 결코 매정한 처사가 아니라 정당방위라고 옹호한다. 단절은 가족에게 해를 입히거나, 상처를 주거나, 화를 돋우려는 의도로 내리는 결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해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해로운 가족과 ‘헤어질 결심’을 할 때까지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보통 절연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불충분한 존재라고 느끼는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가족과 분리되면 정신은 자유로워지지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는다. 바로 근원적인 상처다. 죄책감과 수치감이 합쳐진 이런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에 따라 분리된 이후 새 삶의 성패가 결정된다.

지은이는 먼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한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나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고 내게 투자하기 시작하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자책감 대신 자기애를 강화해야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가족과의 절연으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처방들이 많이 나온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이 서로 더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라지만 불가피한 경우라면 가족과 떨어지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로운 가족 때문에 매일매일 고통 속에서 지내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새 출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