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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변호사법 34조5항 뭐길래…변협, 이번엔 'AI 변호사' 고발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변호사협회가 인공지능(AI) 법률상담 서비스를 선보인 리걸테크 스타트업 엘박스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형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엘박스가 지난달 29일 베타출시한 변호사 대상 법률 AI 챗봇 ‘엘박스 AI’. 사진 엘박스 캡처

리걸테크 스타트업 엘박스가 지난달 29일 베타출시한 변호사 대상 법률 AI 챗봇 ‘엘박스 AI’. 사진 엘박스 캡처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변협은 최근 “AI를 통한 법률사무 취급은 변호사법 34조5항과 109조에 정면으로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 고발 조치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검토를 끝냈다. “그 외에도 유형에 따라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 저촉될 경우 징계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AI 변호사’가 기존 변호사 시장에 진입할 낌새가 보이자 법적 조치를 동원한 강경 조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변협이 지적한 변호사법 34조5항은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 등을 취급해 이익을 받거나 약속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벌칙 규정이다. 쉽게 말해, 비변호사인 AI가 변호사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위법이라는 취지다.

변협 관계자는 “AI 변호사는 24시간 무료 상담을 하는데, 청년·개인 변호사를 위협하지 않겠나”라며 “의뢰인 개인정보나 민감한 법률 데이터 등을 학습했다면 공공성을 침해할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당선된 김영훈 변협 회장의 주요 공약인 ▶직역 수호 ▶사설 법률 플랫폼 반대 및 이용 회원 징계 등과도 맞닿아 있다.

김영훈 변호사가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52대 변협회장에 당선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훈 변호사가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52대 변협회장에 당선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AI 나오자마자 갈등…엘박스·대륙아주 “위법 없다”

변협의 형사 고발 검토 방침에 두 업체는 즉시 반발했다. 엘박스는 지난달 29일 변호사용 법률 AI인 ‘엘박스 AI’를, 대륙아주는 지난 3월말 일반인용 법률 AI인 ‘AI 대륙아주’를 출시한 곳이다.

엘박스 AI는 변호사가 질문하면 엘박스가 보유한 판결문·법령·유권해석 등을 종합해 AI가 답변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리서치 보조’인 셈이다. 현재 시범운영 기간으로, 변호사 인증을 받은 사용자에 한해 사용 신청을 받고 있다. 출시 후 열흘 간 600여 명이 신청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엘박스가 지난달 29일 베타출시한 변호사 대상 법률 AI 챗봇 ‘엘박스 AI’. 사진 엘박스 캡처

리걸테크 스타트업 엘박스가 지난달 29일 베타출시한 변호사 대상 법률 AI 챗봇 ‘엘박스 AI’. 사진 엘박스 캡처

엘박스 관계자는 “서비스 출시 전 로펌에서 법률 검토를 다 받았다”며 “엘박스 AI는 일반인이 아닌 법률 전문가만을 위한 서비스로, 변호사에게 필요한 문헌·데이터를 제공할뿐 변호사의 직무를 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른 변호사법상 변호사의 직무는 ‘특정 법률사건에 관한 대리행위 등 법적 서비스’로, 일체의 (법률)사무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변협 징계조사위원회 조사 대상이 된 대륙아주 역시 반발했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를 처벌하는 법인데, 우린 변호사”라며 “비인격체인 AI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AI 소유자를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는데, 이 경우 로펌인 대륙아주는 변호사 자격이 있어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대륙아주로 보수나 이익을 분배받은 적도 없다”며 “애초부터 돈 벌 목적 없이 AI 시대를 준비하고 연구하는 차원에서 나온 서비스인데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지난 3월 출시한 일반인 대상 법률 AI 챗봇 ‘AI 대륙아주’. 사진 AI 대륙아주 캡처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지난 3월 출시한 일반인 대상 법률 AI 챗봇 ‘AI 대륙아주’. 사진 AI 대륙아주 캡처

‘로톡 비극’ 반복될까…변협 vs 리걸테크 평행선

이처럼 변협과 리걸테크 간 평행선이 계속되는 이유는 ‘법률사무’나 ‘변호사의 직무’에 대한 범위 등 변호사법에 대한 해석이 달라서다. 이들보다 먼저 변협과 대립했던 로톡이나 네이버 등이 갈등 초기에 겪었던 혼란과 비슷하다.

법조계는 ‘변협-로톡 갈등’과 같은 일이 반복될지 주목하고 있다. 로톡은 변협과의 9년 분쟁 끝에 수사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헌법재판소·법무부에서는 대부분 법적 승리를 거뒀지만 사업적으로는 변호사 회원이 대거 이탈하는 타격을 입었다. 지금도 변협과 공정위 간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반면 변협은 “법률 AI는 공공재로 먼저 도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협 관계자는 “혁신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라는 공공 영역이 자본 시장에 종속되기 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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