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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과 민심의 소통, 더욱 늘려 가길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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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취임 2년 회견 소통 의지 평가할 만

주요 현안 종전 입장 되풀이는 아쉬워

남은 3년, 지난 2년과 확 달라지길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오랜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제 취임 2년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회견 이후 1년9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연 윤 대통령의 회견이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불편한 질문을 받기 싫어 기자회견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역대 대통령들이 관례로 했던 신년 회견도 하지 않고 특정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로 대체했다. 지난달 1일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만 전달하고 질문을 받지 않아 여권에서도 ‘참사’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이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회견은 새로운 소통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특히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사과’라는 표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월 KBS 대담 때 “대통령 부인이 누구에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던 것에 비하면 진전된 자세다. 사실 명품 백 의혹이 처음 보도됐을 때 지금처럼 사과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커질 상황도 아니었다. 만시지탄이나마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순리에 따른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여러 차례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발언에선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총선 참패 원인을 묻는 질문이 들어오자 “국정 운영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가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의 미흡했던 부분들을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이 뭐였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가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나를 따르라’ 식의 일방통행 스타일이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윤 대통령의 성찰이 말로 끝나지 않고 국정 운영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다만 회견 내용을 들여다봤을 때 주요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종전과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선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야당이 주장하는 김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특검은 검경·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결국 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단 얘기인데, 이런 상황에서 협치를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지는 계속 의문으로 남게 됐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또 법치를 추구해야 할 대통령 입장에서 섣불리 파격적인 얘기를 꺼내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더 자주 갖고, 언론을 통해 국민들께 설명하고 이해시켜 드리고 저희가 미흡한 부분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기회를 계속 갖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말처럼 용산이 민심과 소통하는 길이 여러 갈래로 뚫리면 꽉 막힌 현안들의 해법도 자연히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은 지난 2년과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어제 회견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