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출생대응기획부, 컨트롤타워 역할 제대로 해 주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가 어젠다 된 저출생, 부총리급 전담 부서 신설

예산 당국과 조율 필수…새로운 비효율은 차단을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사회부총리급의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박정희 대통령 시대 경제기획원 차원의 부처를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든 이후 380조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2065년엔 총인구가 3000만 명대로 주저앉고 생산가능인구는 2044년까지 1000만 명가량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각 부처 인력을 1년 정도 파견받아 부처가 제출한 백화점식 대책을 정리하는 수준의 현재 위원회 조직으로는 이런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저출산위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0%가 기존 저출산 정책이 효과 없다고 답했다. 따라서 기존 정책을 평가·조율하고 새 정책을 추진할 컨트롤타워로서 부총리급 전담 부처 신설은 긍정적이다.

새로운 부처는 현금 지원 외에 아이를 낳고 싶은 여건 조성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밝힌 일·가정 양립 방안 마련이나 과잉경쟁 해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다. 또 현실적으로 인구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회가 그 뉴노멀에 적응하는 방안을 미리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직을 새로 만든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는 없다. 오히려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우선 모든 정책에는 예산 문제가 따른다. 예산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와 충분히 협의,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미 인구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여러 부처에서 일과 조직을 쉽게 내놓지 않을 게 분명하다. 설득이 어렵다고 기존 업무와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사업을 벌인다면 비효율만 키울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국회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다행히 여야가 모두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전담 부처 설치를 지난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정부가 진정성 있게 대화하고 설명한다면 법 개정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