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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비 많다는데…KDI "여름철 강수량, 신선 식품값에 영향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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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비가 내리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일 비가 내리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신선식품(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가격에 여름철 강수량의 영향이 크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날씨(기온·강수량) 충격은 단기적으로 신선식품 가격을 상승시킨다”고 밝혔다. 농산품의 경우 기온이나 강수량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작황에 악영향을 미쳐 공급 부족→일시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날씨 가운데 기온보다는 강수량 충격의 영향력이 더 크고, 특히 여름철 강수량의 파급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비가 예년보다 많이 내려도 문제, 적게 내려도 문제다. 여름철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 증가하면 단기적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1.28%포인트 상승(소비자물가 0.09%포인트 상승)하고, 강수량이 100㎜ 감소하면 신선식품값은 1.03%포인트 오르는 것(소비자물가 0.08%포인트 상승)으로 조사됐다.

KDI는 앞으로 여름철 강수량 충격의 빈도와 세기가 모두 증가해 단기적인 신선식품 가격 불안이 지금보다 자주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게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장 올해 여름이 걱정이다. 지난해 장마철 전국의 강수량이 역대 3위를 기록하는 등 여름 강수량이 많았는데, 올 여름도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상청은 올 여름 강수량이 예년과 같거나 많을 확률을 80%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기간(5월4~6일) 전국에서 이례적으로 폭우가 내린 게 전조 현상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기 대비)을 2% 초·중반대로 안정화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여름철 폭우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월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3.1%→3.1%→2.9%로 3% 안팎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강수량 충격 신선식품값 상승에 통화정책 민감반응 불필요”

KDI는 다만 강수량 충격 등이 단기적으로 신선식품값을 밀어올릴지라도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중장기적인 물가 추세를 가늠할 때 쓰인다. 또한 중기적으로 전체 소비자물가는 근원물가로 회귀하는 경향이 발견됐다고 KDI는 강조했다. 올해 4월까지 월간 근원물가 상승률(전년동기 대비)은 2.5%→2.5%→2.4%→2.3%로 2% 초반대로 수렴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변동할 때마다 통화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승희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신선식품 가격 변동성을 줄이려면 농산물 수입 확대 같은 공급처 다변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품종을 기후 변화에 강한 방향으로 개량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 같은 견해는 통화당국의 시각과 유사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2일 “중앙은행으로서 제일 곤혹스러운 건 농산물 가격”이라며 “금리로 잡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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