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심한 한국 초중고생 미 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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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외여행 자유화 따라 급증… 미전역에 만여명/학교 잘못택해 학업중단·강제추방/공부않고 술·담배·마약에 손대기도
최근 미국으로 유학하는 한국인 초·중·고교생들의 수가 급증하면서 학교선정이 잘못돼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는가 하면 학생들이 탈선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변칙유학한 한국학생들이 30여명이나 다니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엘리엇 팝중학교는 재정난으로 금년말에 문을 닫기로 하고 방학이 임박한 지난 20일께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해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과 한국의 학부모들이 고심하고 있다.
사립인 이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강남의 해외연수알선업체인 코리아아카데미(대표 최유리·탤런트)의 알선으로 단기연수 비자나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이 학교에 눌러앉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기숙사비를 포함,연학비 1만8천8백여달러(한화 1천3백여만원)를 선납하고 지난 9월부터 4개월 가량 공부한 뒤 학교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돼 금전적인 손실을 보게됐을 뿐 아니라 다른 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학교의 재단에서는 지난 11월말 서울로 학부모들을 찾아가 기부금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학부모들의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학교에 유학온 정모양(14)은 알선업체의 소개로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학교에 가보니 아랍인들이 주말에만 공부하는 학원이어서 항의하는 소동을 빚고 학교를 옮기기도 했다.
지난 봄 유학차 도미했던 김모양(15)은 입학예정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등록,공부하다가 「유학을 빙자한 불법이민자」로 강제출국 당하기도 했다.
집안은 부유하고 학업은 신통치 않은 학생들이 유학온 경우 술·담배는 물론 마약까지 손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초·중·고교생들의 변칙유학은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뒤 지난해부터 늘어나기 시작,금년에는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 현재 로스앤젤레스에만도 수천명에 이르며 미국전역에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부근 오렌지 카운티 서니힐스고교의 경우 지난 88년까지 한국인 학생수가 1백50명선이었으나 89년 3월에는 3백91명으로 늘어났고 90년 3월에는 5백4명으로 급증했다. 이 학교에는 서울 구정중학교에서 전학한 학생이 특히 많다.<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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