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성(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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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수선한 세모 또 한차례 개각이 단행되었다. 그러나 이번 개각을 보는 세평은 대체로 강성내각 또는 돌격내각으로 집약되고 있는 것 같다.
강성이나 돌격이란 말의 이미지는 좋게 해석하면 우유부단함 없이 자기의 소신대로 일을 밀고 나간다는 뜻이지만,나쁘게 해석하면 주위의 시선이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고집대로 일을 처리한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강성과 돌격은 박력과 추진력은 있으나 자칫 독선과 불협화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강영훈 전 총리의 내각은 상대적으로 연성이었는지도 모른다. 온화한 그의 인품이 무엇보다 인화와 단결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성이건 연성이건 국정을 도맡은 내각의 각료들,그중에서도 특히 총리가 갖추어야할 기본자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옛 사람들은 상신의 유형을 육정·육사라 하여 12가지로 구분했다.
육정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임금을 잘 보필하는 바른 신하를 말하는 것으로 성신,양신,충신,지신,정신,직신이다. 글자 그대로 양심적이고 충직하면서 지혜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가운데 한가지만 갖추어도 명신의 반열에 들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육사다. 관록을 탐하고 시의를 쫓아 줏대없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구신,임금의 말은 모두가 선이며 임금이 좋아하는 온갖 것을 모두 갖다 바치고도 후환을 두려워 하지않는 것을 유신,임금의 선함은 과장하고 악함은 숨기면서 동료의 선함을 시기하고 악함은 드러내는 것을 간신,지식은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는데 쓰이고 말은 남의 잘못을 탓하는데 익숙한 것을 좇는 것을 적신,흑백의 분별력없이 모든 것을 왜곡시키며 불의도 마다않고 임금에게 아부하는 것을 망신이라고 했다.
『목민심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목민관은 미명에 일어나 촛불을 밝히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뒤 묵묵히 꿇어 앉아 오늘 해야할 일들을 생각한다….』
새 내각은 정말 촛불을 밝히는 심정으로 앞으로 할 일들을 깊이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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