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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민주영의 마켓 나우

사적연금, 장기 발전 로드맵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를 보완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강화가 절실해지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방안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국민연금만으로 급속한 인구 고령화의 파도를 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사적연금 시장은 가파르게 규모가 늘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연금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하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의 안정적 노후 준비를 위한 일관되고 장기적인 사적연금 발전의 로드맵이 시급하다.

[일러스트=김지윤]

[일러스트=김지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도 말 기준 개인연금의 규모는 385조원, 퇴직연금 336조원으로 이를 합한 사적연금은 총 721조원이다. 국민연금이 890조원이니 머지않아 사적연금 규모가 국민연금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적연금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가입하고,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가능한 한 오래 연금으로 받아서 노후 생활비 등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통계청(2022년)에 따르면 퇴직연금제도 도입률은 도입 대상 사업장의 26.8%에 불과하다. 가입률은 가입대상 근로자의 53.2%이다. 최근 5년간 도입 및 가입률이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었다. 세액공제 등의 혜택이 있는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가입률은 5.4%에 불과하다. 중도에 인출하거나 해지하는 가입자도 적지 않다. 2022년에만 5만 명이 1조7429억원 가량을 주택 구매와 주거 임차 등의 사유로 중도 인출했다. IRP 역시 98만여 명이 14조원을 해지했다.

이러다 보니 적립금액도 많지 않다. 퇴직연금의 경우 근로자 1인당 평균 4818만원 정도이고 IRP는 1943만원이다. 적립 규모가 작다 보니 55세 이후 수령 계좌 중 92.9%가 일시금을 선택했고 연금으로 받는 계좌는 7.1%에 불과하다. 연금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관련 부처들은 다양한 정책으로 사적연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수수료 인하, 금융회사 변경 시 현물 이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도입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조치들이 사적연금이 제 역할을 찾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우선순위인가는 의문이다. 장기적인 로드맵에 기반을 뒀다기보다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지 묻고 싶다.

영국 정부는 2000년대 들어 ‘국민연금만으로는 국민의 성공적인 노후 대비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장기 계획에 따라 각종 지원책을 통해 사적연금을 활성화했다. 지금이라도 당국과 시장참여자, 가입자 단체 등이 머리를 모아 실질적인 사적연금 발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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