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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소파 만들었다…'커피의 민족' 눈길 끈 친환경 카페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B.애쓰지(ESG)

 저 회사는 정의로울까? 과거 기업의 평가 기준은 숫자였습니다. 요즘은 환경(Environmental)에 대한 책임, 사회(Social)적 영향,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 이른바 ‘ESG 관점’에서 기업을 판단합니다. 비크닉은 성장과 생존을 위해 ESG에 애쓰는 기업과 브랜드를 조명합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은 잠시 잊어주세요. 착한 일은 널리 알리는 게 미덕인 시대니까요.

‘커피의 민족’‘카페 천국’. 관련 통계를 보면 이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일 인당 커피 소비량은 하루 한 잔이 넘는 405잔(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발표), 같은 해 전국 커피음료점은 9만3414개(국세통계포털)를 기록했다. 특히 카페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월 6만2278곳에서 50% 증가한 수치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가 되는 현실에서 일회용 컵과 빨대 쓰레기가 양산되는 건 불가피한 문제로 남는다. 하지만 최근엔 기업을 중심으로 이를 해결해 보려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소모품에 친환경 제품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아예 업사이클링 자재로 공간을 꾸미는 도전이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카페 '씨드그린(seed green)'의 모습. 박이담 기자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카페 '씨드그린(seed green)'의 모습. 박이담 기자

버려진 페트병 800개, 카페 소파로 변신하다

지난 2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의 ‘씨드그린(seed green)’. 지난달 처음 문을 연 베이커리 카페로, 아름다운 산책 코스로 유명한 화담숲 입구에 자리 잡은 곳이다.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가기 좋은 위치로, 이른 아침부터 음료와 빵으로 허기를 달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씨드그린은 색을 입힌 폐플라스틱 조각으로 꾸민 대형 테이블을 매장 한가운데 배치했다. 박이담 기자

씨드그린은 색을 입힌 폐플라스틱 조각으로 꾸민 대형 테이블을 매장 한가운데 배치했다. 박이담 기자

언뜻 보면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차이는 분명하다. 친환경 소재로 공간을 꾸몄다는 점이다. 카페 한가운데는 색을 입힌 폐플라스틱 조각으로 꾸민 대형 테이블을 배치했다. 한쪽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단으로 만든 소파도 놓았는데, 총 800개의 폐페트병이 사용됐다고 한다. 음료와 빵을 다 먹고 난 뒤 식기를 반납하는 리턴바도 버려진 목재를 잘게 부숴 압착한 합판을 사용해 제작했다.

실제 소나무 수피를 이용해 만든 소나무 조형물. 박이담 기자

실제 소나무 수피를 이용해 만든 소나무 조형물. 박이담 기자

매장 곳곳에는 소나무 조형물이 놓여 있는데, 자연 소재를 그대로 썼다. 나무 표면에 실제 소나무 수피들을 직접 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또 소나무로 유명한 화담숲의 특징을 살려 매장 한가운데 커다란 소나무 세 그루를 배치했다. 보조 출입구에도 양쪽 벽에 거울을 붙이고 가운데엔 소나무 여러 그루를 설치한 ‘인피니티 포레스트’를 만들었다. 소나무가 양쪽 거울에 반사되면서 소나무 수십 그루가 있는 숲에 와있는 듯하다.

버려진 목재 조각을 수거해 만든 합판으로 만든 리턴바. 박이담 기자

버려진 목재 조각을 수거해 만든 합판으로 만든 리턴바. 박이담 기자

이 공간을 기획한 홍진경 D&O 마케팅팀 선임은 “화담숲의 자연과 어우러지고,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으려 했다”면서 “방문객이 친환경 소재를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면서 자연과 공존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시각만큼 미각 역시 자연에 집중했다. 화담숲의 소나무와 암석을 표현한 ‘소나무 무스’와 ‘바위 무스’ 케이크, 또 화담숲의 아기단풍을 계절별 색으로 표현한 ‘아기단풍 샌드쿠키’도 특색있는 간식거리다. 솔잎과 송홧가루로 맛을 낸 ‘송화 미숫가루’ 역시 쉽게 볼 수 없는 이색 메뉴다.

씨드그린이 화담숲의 소나무와 암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소나무 무스 케이크. 씨드그린 인스타그램

씨드그린이 화담숲의 소나무와 암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소나무 무스 케이크. 씨드그린 인스타그램

사내 카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라

사옥 내 사내 카페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기업의 노력도 꾸준히 펼쳐지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최근 친환경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직원들이 사내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다 마시고 각 층 탕비실 수거함에 컵을 두면, 해당 업체가 수거 후 세척해 다시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이곳의 사내 카페는 하루 평균 1300여 명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이 컵을 그냥 버리면 1년에 약 7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겨난다.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이라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6단계 세척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서비스가 삼성전자·LG전자·KT·현대그린푸드·안랩 등에서도 실행 중이다.

또 ‘해피해빗’ 프로젝트에 동참한 기업들의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프로젝트는 앱에 가입 후 다회용 컵을 쓰고 반환하면 포인트를 얻는 캠페인. SK텔레콤의 경우 2021년부터 도입, 2년 만에 일회용컵 1000만개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은 명동 사옥의 사내 카페에 해피해빗의 다회용 컵을 도입해 매달 8000개의 일회용 컵 사용을 절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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