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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정훈의 푸드로드

콜라 ‘제로제로’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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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전국 2만명의 소비자 패널로 식음료구매 빅데이터를 구축한 빅데이터 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과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의 공동 분석에 의하면, 2023년 초 편의점에서 제로 탄산음료의 판매 수량이 일반 탄산음료의 판매 수량을 확연히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 탄산음료’는 단맛을 내는데 주로 활용되는 과당이나 설탕 대신 대체당을 활용한 탄산음료로, 대체당이 가진 칼로리가 0에 근접하기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2030에겐 콜라가 국·찌개 역할
제로콜라, 펩시가 코카콜라 추월
카페인 없는 제로제로 콜라 나와
양사 경쟁으로 소비자 편익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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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분석에 따르면 다양한 탄산음료 중 콜라가 특히 빠르게 대체당을 활용한 ‘제로 콜라’로 대체되고 있으며, 편의점에서는 2022년 상반기에 이미 제로 콜라가 일반 콜라의 판매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다. 전체 시장 규모로는 일반 콜라가 제로 콜라보다 여전히 더 크지만, 제로 콜라가 일반 콜라를 대체하며 국내 전체 콜라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우리의 식문화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소비층에 콜라는 국물의 역할이다.

식음료 섭취 관련 빅데이터 기업인 ‘오픈서베이’사의 푸드 다이어리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2023년 기준 된장국, 콩나물국, 김치찌개 등의 국·찌개를 섭취하는 횟수에 있어 20~30대는 40~50대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콜라에서는 역전현상이 벌어진다. 20~30대들은 한 손엔 김밥, 삼각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의 음식을 쥐고, 다른 한 손엔 음료나 스마트폰을 쥔 채, 혹은 스마트폰을 식탁 위에 세워서 콘텐트를 시청하며 ‘혼밥’을 즐기는 것이 일상 식사다. 이때 시선은 음식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가 있다. 국물이나 반찬을 즐기는 것은 시선의 분산을 야기하므로 선호되지 않고, 시선의 분산이 필요 없는 음료가 더 선호된다. 이때 흔히 선택되는 것은 제로 탄산음료이고, 높은 확률로 제로 콜라가 선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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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콜라 시장은 코크(코카콜라)와 펩시로 양분되어 있고, 코크가 시장 점유율에서 앞서 있다. 국내에서도 7:3 정도로 코크가 오랜 기간 선두 주자를 지켜오고 있다. 양사 모두 미국에 본사가 있고, 흔히 비밀의 레시피라고 알려진 농축 원액 키트만 각국의 계약 제조업체에 보낸다. 보틀러(bottler)라고 불리는 제조업체는 원액 키트를 활용하여 콜라를 제조하여 현지에서 유통시킨다. 국내에서 코크는 LG생활건강이, 펩시는 롯데칠성이 제조·유통하고 있다. 오랜 기간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2021년 이 두 브랜드는 ‘제로 콜라’로 다시 한번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2021년 이전에는 제로 콜라 시장 역시 코크가 지배적이었는데, 롯데칠성이 출시한 ‘펩시 제로 슈거 라임’이 시장 상황을 바꿔 놓았다.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펩시 본사는 롯데칠성이 개발·제안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로 콜라 레시피를 예외적으로 승인하였고, 이 제품으로 한국 제로 콜라 시장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국내 제로 콜라 시장에서 코크와 펩시의 시장 점유율은 3:7로 일반 콜라와는 반대의 시장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제로 콜라 시장의 규모는 아직 전체 콜라 시장 규모의 20~30% 수준이고, 비록 제로 콜라 시장에서 상처를 입긴 했지만, 여전히 코크가 전체 콜라 시장에서 선두에 있다.

2024년 봄, 두 브랜드 간의 새로운 전투가 막 벌어지는 참이다. 설탕을 제거한 제로 콜라에 카페인까지 제거한 디카페인 콜라를 양사에서 국내에 출시했다. 별칭 ‘제로제로 콜라’다. 카페인 함량 0에, 칼로리도 0에 근접한 콜라다. 커피믹스 한 봉에 카페인 함량은 50㎎ 정도이고, 콜라 한 캔(355㎖)의 카페인 함량은 28㎎인데, 이를 제거한 것이다. 코크가 먼저 출시하고, 이어서 펩시도 출시하여 현재 온라인, 편의점 등 각 소매점에 깔리며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오픈서베이와 서울대 푸드비즈니스 랩의 공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콜라를 가장 많이 마시는 시간대는 저녁과 야간 시간대이고, 장소는 가정이다. 배달 음식과 함께 콜라를 가장 많이 섭취함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중년 여성층이 카페인에 대한 민감성 때문에 저녁 시간 때 커피나 콜라의 섭취를 꺼리는 성향이 빈번히 관찰된다는 것인데, 국내 디카페인 커피의 주 고객층도 그들임을 고려하면, 이 ‘제로제로 콜라’의 경쟁이 어쩌면 콜라 시장의 새로운 고객 확장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보인다.

한국에서 막 벌어지는 코크와 펩시의 새로운 ‘제로제로 콜라’ 전투에서 어디가 승리할 것인지를 관전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관전 포인트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뺏기 경쟁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더 큰 시장을 여는 기회가 될 것인지를 보는 것이다. 그들이 경쟁하니 우리는 더 다양한 속성을 즐기고, 선택권이 확대되는 편익을 얻는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