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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성남의 속풀이처방

신의 계시 함부로 들먹이면 그게 바로 사이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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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근자에 신흥종교 사이비 교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권력자와의 친분을 강조하거나, 교세 확장을 위해 다양한 위장 전술을 사용하거나, 권력을 갖기 위해 당을 만드는 등 별의별 종교 사기꾼들이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심지어 가톨릭 사제를 사칭하여 사이비 공동체를 만든 자들도 나타났다. 이들은 가톨릭 교회로부터 면직되었음에도 사제인 척하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최근 이 공동체의 한 사람이 암으로 사망하며 그 실체가 드러남으로써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현직 신부로 오해하여 가톨릭 교회를 비난하는 경우가 있어서 지면을 빌려 가톨릭 유사 사이비 공동체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가톨릭서 면직되면 사제 아냐
미사·고해성사 교회법상 무효
죄책감 등 악용 가스라이팅도
사적 체험 강조하면 경계해야

파면된 신부 고용하는 공동체도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첫 번째, 면직된 신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사이비 공동체를 이끄는 자들은 사제복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미사, 고해성사까지 하면서 신부인 척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파면되었으므로 신부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이 하는 미사나 고해성사는 교회법상 무효일 뿐만 아니라 이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사이비에서 면직된 신부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 이들은 고해성사를 악용한다. 파면된 신부들은 공동체원들에게 매일 대면으로 고해성사를 보게 했다고 한다. 증언에 의하면 고해성사를 해야 악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안 좋은 일을 막을 수 있다는 미신 같은 소리를 마치 교리인 듯 이야기하여 심리적 압박감을 주었다고 한다.

고해성사는 강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고해성사는 신자들 마음의 평안을 위해 하는 것이지, 마음에 짐을 지우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고해성사가 강제성을 가진다면 이는 범죄 피의자 심문이나 다를 바 없으므로 가톨릭에서는 신부들에게 고해성사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한다.

가톨릭교회의 고해성사는 신부가 고백자를 볼 수 없도록 칸막이로 막아 놓았으며, 신부는 비밀을 꼭 지켜야만 한다. 또한 고해성사를 너무 자주 보면 세심증, 강박증, 병적인 죄책감 등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파면 신부들은 오히려 이런 점을 악용하여 고백자들의 심리상태를 취약하게 하고, 그들을 통제·지배한 것으로 보인다.

마리아만 숭배하는 것은 이단

세 번째, 마리아 공경도 악용한다. 가톨릭 교회에는 마리아 신심이 있다. 예수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기도 하지만, 세계 각지에 발현하여 인류공동체의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주시고 수많은 치유 기적을 일으키셨기에 가톨릭 신자들의 성모마리아에 대한 신뢰는 대단하다. 그러나 가톨릭 신앙의 핵심은 예수그리스도이다. 마리아는 예수그리스도의 대리인, 중개자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런데 가톨릭을 빙자한 사이비교에서는 예수그리스도는 없고 오직 마리아만 숭배 대상이다. 이것은 정통 가톨릭 신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이단적 사고이다.

신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것을 계시라고 하는데, 이들은 자신의 사적 욕구를 마치 성모님의 계시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신자들을 현혹한다. 이들은 예수그리스도를 부정하고 성모마리아를 사적 수단으로 삼는 이단자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계시 또한 악용한다. 계시는 개인적으로 받은 사적 계시와 여러 사람이 목격한 공적 계시로 나뉜다. 가톨릭교회의 공적 계시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가톨릭에서는 공적 계시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계시가 왜곡되거나 어둠의 세력에 의해 조작될 수도 있기에 오랜 시간을 두고 신학자, 과학자 등이 진위를 심사한다.

가톨릭, 사적 계시 거의 인정 않아

사이비 교주들은 공적 계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실제로 여러 사람의 목격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사적 계시이다. 이들은 매일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는다고 허언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아무도 목격한 바 없는 사적 체험으로 자신을 신격화한다. 돌팔이 장사꾼이 만병통치약을 팔듯 사적 계시를 상품화하는 것이다,

가톨릭은 사적 계시에 대해 공적 계시보다 더 엄격하여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사적 체험은 섬망증세, 조현병, 종교적 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매일 사적 계시를 받는다는 자들은 망상 환자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톨릭 성인 중에는 사적 체험을 한 이들이 많다. 그러나 한결같이 침묵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행여나 사람들이 하느님이 아닌 자신을 신성시하고 추종할까 봐 감추는 것이다. 성인과 사이비를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성인은 감추고, 사이비는 자랑하며 심지어 조작까지 한다. 신부 옷을 입었더라도 사적 체험을 사욕을 채우고 자신을 신성화하는 데 사용한다면 그들은 사이비에 지나지 않는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