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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봄나들이 꽃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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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봄꽃 개화가 빨라지는 중이다. 속초는 4월 5일 즈음에 벚꽃이 만개하는데, 올해 기상청은 3월 말에 필 것이라고 했다.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는 석호, 영랑호 인근에서 벚꽃 축제와 함께 내가 개최하는 봄꽃 마켓도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지의 날씨는 매우 달랐다. 설악산엔 아직도 흰 눈이 녹지 못했고, 벚꽃은 구름 낀 날씨에 꽃망울조차도 부풀어 오르질 못했다.

행복한 가드닝

행복한 가드닝

벚꽃 없는 축제를 강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2주 전부터 초비상이었지만 결국은 그대로 진행하고, 1주일 뒤 한 번 더 축제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행사 당일 하늘은 햇살과 구름이 연거푸 퍼레이드하듯 돌아다니고, 순간적으로 불어대는 돌개바람은 현수막과 꽃수레를 뒤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이 추위를 뚫고 오겠나, 나와 관계자들의 얼굴도 굳어져만 갔다. 하지만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반전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이 봄나들이를 와주었기 때문이었다. 몰려든 사람들의 기운이 날씨조차도 바꾼 것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기온도 온화해지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결론적으로 쌀쌀한 봄날에 벚꽃은 없었지만 사람들의 열기로 즐거운 축제장이 되었다.

사실 정신적으로는 봄이 올 때 기운이 오히려 떨어지고 슬프고 우울해진다는 정신적 타격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의학적으로는 ‘봄철 우울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춘곤증’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증상은 4월에 절정에 달하는데, 이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론 봄나들이가 최고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이제 막 싹이 올라온 식물을 쪼그려 앉아 지켜보고 산책을 하다 보면 새 기운이 채워진다. 왜 매년 봄이면 우리 민족이 꽃나들이를 했는지, 그 지혜가 놀랍다.

이제 봄꽃 시장이 활짝 열렸다. 꽃을 보러 가는 그 마음만으로도 무기력을 이기기에 충분하다. 올봄은 이런저런 이유 대지 말고 나를 위해서라도 봄나들이, 꽃나들이 꼭 가보자.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