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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99승은 미뤄졌지만, 한화는 끝내기로 5연승…"정말 다행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6)이 명불허전 제구력을 다시 뽐냈다. 6년 만에 야구장을 찾은 구단주와 야구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 앞에서 삼진 9개를 잡아내며 무사사구 피칭을 펼쳤다. 다만 강판 직전 동점을 허용해 복귀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삼진 9개를 잡았고,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은 하나도 없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7㎞까지 나왔고,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4㎞였다. 공 89개 중 스트라이크는 66개(74.2%). 직구(43개)와 체인지업(19개), 컷패스트볼(커터·17개), 커브(10개)를 고루 섞어 던지며 KT 타선을 요리했다.

류현진은 2-2로 맞선 7회 초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 투수 요건은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한화는 9회 말 요나단 페라자의 2루타와 노시환의 고의 볼넷으로 만든 1·2루에서 임종찬이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면서 3-2로 승리했다. 개막전 1패 후 5연승 행진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내가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이 이겨서 다행이다. 5연승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활짝 웃었다. 또 "직구 최고 구속은 첫 등판(시속 150㎞)보다 덜 나왔지만, 그날보다 제구는 훨씬 좋았다"며 "체인지업, 커터 등 전체적으로 제구가 잘 됐고 실투 외에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잘 던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총평했다.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와의 대전 홈 개막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와의 대전 홈 개막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뉴스1

류현진의 정규시즌 대전 등판은 메이저리그(MLB) 진출 전 마지막 경기였던 2012년 10월 4일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4194일 만이었다. 류현진은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만원 관중의 환호를 등에 업고 당당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은 1회 선두 타자 배정대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무사 1루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KT 2번 타자 천성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다시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KT 4번 타자 박병호를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하면서 이닝을 끝냈다.

2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첫 타자 강백호를 4구 만에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황재균과 장성우도 범타로 처리했다. 3회엔 선두 타자 김민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상수-배정대-천성호를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6회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6회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4회는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류현진은 로하스에게 몸쪽 깊은 커터를 던져 1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한 뒤 박병호에게 바깥쪽 높은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 강백호에게는 초구 슬로 커브(시속 99㎞), 2구 높은 직구(시속 143㎞), 3구 바깥쪽 커브(시속 115㎞)를 연이어 꽂아 넣는 완벽한 완급조절로 3구 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은 5회도 무실점으로 마쳤다. 1사 후 장성우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민혁을 1루수 땅볼,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바깥쪽과 몸쪽, 위와 아래를 모두 넘나드는 류현진의 제구력에 KT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2-0 리드가 이어지던 6회였다. 류현진은 1사 후 천성호와 로하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1·2루에 몰렸다. 여기서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한숨 돌리는 듯했지만, 끝내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을 했다. 다음 타자 황재균의 타구는 빗맞았지만, 완만한 곡선을 그리다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지는 동점 적시타가 됐다. 류현진은 계속된 2사 1·2루에서 장성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6회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류현진이 29일 KT 위즈와의 대전 홈 개막전에서 6회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이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는 등 훌륭한 피칭으로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다 해줬다. 퀄리티 있는 피칭으로 개막전 부진(3과 3분의 2이닝 5실점 2자책)을 씻는 모습을 봤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류현진도 "내가 던지는 날 팀이 던지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선발 등판한 날은 계속 팀이 이길 수 있는 흐름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야구장 나오는 게 정말 재미있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여서 나 또한 (더그아웃에서나 마운드에서나)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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