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기시다 고집 이해 못 해"…절박한 北, 연일 日 겨냥 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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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향해 "해결할 것 없는 문제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북·일 대화 의사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는 데 대한 반응이다. 일견 일본이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본의 원칙은 시종일관 변함이 없는데도 입장을 바꿔가며 일일이 대응하는 북한이 더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싱가포르를 찾은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현 외무상). 연합뉴스.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싱가포르를 찾은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현 외무상). 연합뉴스.

"기시다 고집 이해 못 해" 

최선희는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기시다 일본 수상이 납치 문제를 또다시 언급하며 조·일(북·일) 사이의 여러 현안 해결을 위해 종래의 방침 아래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현실을 애써 거부하고 외면하면서 실현할 수 없는 것, 해결할 것이 없는 문제에 집착하고 끝까지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전날 기시다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북 간 성과를 내는 관계를 실현하는 것은 서로에게 이익"이라며 "납치 문제 등 해결을 위해 계속 고위급 대응을 하겠다"고 말한 걸 겨냥한 것이다.

최선희는 또 "조·일(북·일) 대화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일본이 우리의 주권 행사를 방해하며 간섭하는 데 대해서는 항상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지 말라는 요구를 반복한 셈이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을 하는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현 외무상). 연합뉴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을 하는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현 외무상). 연합뉴스.

"전자 우편 보냈다" 낱낱이 공개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제안해왔다"며 관심을 보이는 듯한 입장을 내더니,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26일에는 "일본과의 어떤 접촉·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최선희의 담화도 일본과 대화를 거부한다는 김여정 담화의 기조를 이어가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이날 이용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도 입장을 냈다. 그는 전날 "중국 주재 일본 대사관 관계자가 28일(전날) 전자 우편으로 접촉해왔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일본 측과 만날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일본 측과 그 어떤 급에서도 만날 일이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명백히 한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 연합뉴스.

이는 앞서 김여정이 "기시다 총리가 대화를 제의해왔다"며 양국 간 비공개로 진행된 외교적 교섭 과정을 폭로했던 것과 같은 패턴이다. 특히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 직후에도 일본은 중국 주재 자국 대사관을 통해 '전자 우편', 즉 e메일로 소통하려 했다는 점을 부각해 '여전히 대화에 절박한 쪽은 일본'이라는 구도를 강조하려는 목적이다. 결국 회담의 주도권은 북한이 쥐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려는 의도다.

혼자만 연일 담화…北 절박함 드러내

다만 북한이 닷새 사이에 김여정을 두 번 등판시키며 입장을 뒤바꾸고, 최선희와 이용남까지 동원해 일본을 향해 목소리를 키우는 모양새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절박함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김여정이 지난 25일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을 제안해왔다"고 선제적으로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전향적인 양보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기대와 달리 일본의 반응은 차분하고, 기존의 원칙대로였다. 이튿날인 26일 기시다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이 최우선 의제"라고 못박았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이 "납치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북한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북한이 돌연 대응 기조를 전환하고 일본이 교섭을 제의해온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며 압박 전술을 쓰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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