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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으로 간 ‘의대 2000명 증원 갈등’…교수·학생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 관련으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2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 관련으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는 2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대 교수·학생들이 잇달아 “정부의 증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전국 의대생 집단 소송 예고 “증원처분 취소하라”

29일 교수·학생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학생들은 이르면 다음 달 1일에 의대 정원 증원 결정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 변호사는 “40개 대학의 대표자들이 1만 8000여 명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동참 서명을 받는 중”이라며 “의대생, 특히 예과 1학년생이 증원으로 인한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이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중요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의 소송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전공의 대표들이 의대 증원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전날 전북대 의대 교수들도 추가로 해당 소송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또 학교별 증원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각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경우 현재 교육여건 또는 가능한 교육여건으로 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인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해당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증원 결정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무엇인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증원 이후 교육여건을 충족하지 못해 졸업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사태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보고 있다.

29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신용범 재활의학과 교수를 비롯한 부산대병원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29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신용범 재활의학과 교수를 비롯한 부산대병원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법원 판단 주목…“행정소송 성립 안 된다” 지적도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의대 교수·학생 등을 대리하는 이 변호사는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고소·고발하는 방안까지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학생들의 정당한 휴학 신청이라는 권리를 방해하고 있고, 대학에는 휴학 신청·사직서를 받아주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사립대의 경우 업무방해죄, 국공립대의 경우 위력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대 교수·학생 등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원고’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이민 변호사는 “증원 처분에 대한 원고 적격 문제의 경우 해당 시험 ‘예정자’에 대해서는 인정한 판례가 있으나, 이미 합격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원고 적격을 인정한 판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지우의 김지우 대표변호사는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이 정말 ‘위법한 처분인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해당 결정이 야기하는 불이익의 정도, 해당 결정 과정에서 행정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은 아닌지 여부, 또 해당 결정으로 인해 침해되는 공익과 사익 간의 비교 형량 등 다양한 점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의대생 유효 휴학 신청 53%…예과 1학년 “다음 학기도 휴학”

한편 정부의 증원 결정에 반발해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절반을 넘었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누적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9986건으로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53.1%를 기록했다. 유효 휴학은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제출된 휴학계다. 대부분의 의대 1학년생들이 1학기에 휴학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휴학 의사를 가진 의대생 비율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한림대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은 지난 27일 SNS를 통해 2학기 휴학을 결정하고, 일 년 동안 학업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학하자마자 겪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고 두렵지만, 미래가 더 두렵다”며 필수의료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정책의 피해가 예과 1학년 학생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쳐

사진 페이스북 캡쳐

의대 교수들의 학교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교수 629명, 전남대 의대 교수 132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어떻게든 의대생과 교수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학교의 의지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라며 “초조하게 의정갈등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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