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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한국인의 K-간식, 이젠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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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꼬북칩·메로나 등 수출 급성장…현지인 입맛 고려한 맞춤 전략으로 인기몰이

궈즈궈즈(果滋果姿), 붐젤리(BoomJelly), 젤리보이(JellyBoy). 한국 젤리 ‘마이구미’의 중국·베트남·러시아의 현지명이다. 씹으면 과즙이 터지는 듯한 식감에 현지 입맛에 맞는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귀한 것만 올린다는 베트남 제사상엔 한국의 초코파이가 등장했고 세계적 명소인 뉴욕타임스퀘어에는 지난해 ‘빼빼로’ 광고로 화제가 됐다. 한국인의 입을 즐겁게 해준 ‘K-간식’이 이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K-간식의 인기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케이푸드플러스 수출액은 121억4000만 달러(16조3404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다. 이중 과자류는 전년 대비 6% 성장한 6억5910만 달러(8871억원)를 기록했다. 해외 시장의 문을 연 대표적인 K-간식은 오리온 ‘초코파이情(이하 초코파이)’이다. 1974년 출시된 초코파이는 50년이 지난 현재 60여 개국에서 매년 35억 개 넘게 팔리며 이제는 세계인의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때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는 말이 나왔다. 1983년 출시된 롯데웰푸드 ‘빼빼로’는 미국·필리핀·베트남 등 50여 개국에 수출되는데, 지난해 수출액만 540억원을 기록했다.

과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이스크림 수출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억 달러에 육박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빙과류 수출액은 지난해 1∼11월 기준 8905만 달러(약 1173억 원)로 2022년 한 해 전체 수출액인 7761만 달러 대비 14.7% 증가했다. 대표적인 아이스크림이 제품이 빙그레 ‘메로나’다. 과일 맛이 나는 바(bar) 아이스크림이 드문 미국에서 한해 1800만개 이상 팔리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과자·아이스크림·젤리 등 K-간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의 빼빼로 광고, 미국에서 판매 중인 메로나, 러시아 상점에 진열된 초코파이. [사진 롯데웰푸드·빙그레·오리온]

과자·아이스크림·젤리 등 K-간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의 빼빼로 광고, 미국에서 판매 중인 메로나, 러시아 상점에 진열된 초코파이. [사진 롯데웰푸드·빙그레·오리온]

딸기·타로·바나나 맛 등 현지 입맛 공략한 다양한 맛의 변주

K-간식의 높은 인기를 만든 건, 현지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한 맞춤 전략이다. 푸드컬쳐랩의 안태양 대표는 “현지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장 분석과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데 특히 현지인의 입맛에 잘 맞는 플레이버(맛) 구색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공한 간식의 공통점엔 다양한 맛, 그중에서도 현지의 입맛을 고려한 변주가 있다.

초코파이는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에서 농사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먹는 러시아 특성에 착안해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 잼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해 두 번째 전성기를 만들었다. 러시아에서는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4개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 중이다. 꼬북칩은 스낵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매운 소스를 즐겨 먹는 히스패닉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플레이밍 라임맛을 선보인데 이어, 현지 입맛에 맞춘 트러플솔트맛, 사워크림앤어니언맛 등을 출시했다. 감자 과자 ‘오!감자’는 중국 사람들이 토마토를 좋아하는 점을 겨냥해, 토마토 맛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멜론 맛 위주로 판매하는 메로나도 딸기·망고·코코넛·타로·피스타치오 등 국가별로 선호하는 맛의 제품을 개발하거나 퍼먹는 홈사이즈 제품을 선보였다. 빙그레 홍보팀 한정륜 차장은 “미국·캐나다에서는 코코넛·망고·피스타치오와 같은 열대 과일과 견과류 맛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필리핀에서는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타로맛, 중국에서는 바나나맛의 인기가 좋은 편이다”고 밝혔다.

현지 식문화 반영, 악조건 뛰어넘는 기술력 발휘

현지의 식문화도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초코파이의 주재료인 마시멜로의 원료가 되는 젤라틴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돈피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사용하지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는 우피 젤라틴을,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쓴다.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하며,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도 예외가 아니다. 동원F&B는 미국·태국·중국 등 해외에서 김을 밥반찬이 아닌 간식으로 먹는 점에 착안해, 2020년 간식 용도의 스낵김 ‘양반 김부각’ 수출에 나섰다.

기술로 현지의 악조건을 극복해, 차별화를 꾀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마이구미’다. 젤리는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변성이 일어나기 쉬워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군으로 꼽힌다. 실제로 베트남의 경우 고온의 날씨 탓에 세계적인 유명 젤리 브랜드도 진열 환경이 좋은 대형마트만 고집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마이구미(현지명 붐젤리)는 한국 제품 대비 1~2%가량 수분을 낮추고 원료 및 배합비를 변경해 고온에도 품질과 맛을 유지하도록 개발했고, 그 결과 현지 유통의 70%를 차지하는 일반 소매 채널까지 입점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끊임없는 투자는 필수

아무리 먹고 싶어도, 살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K-간식의 인기엔 높은 접근성을 빼놓을 수 없다. 꼬북칩은 미국 최대 규모의 창고형 매장인 코스트코와 샘스클럽에 입점하며 미국 전역에서 판매 중이다. 한 입씩 베어먹을 수 있는 CJ제일제당 김 스낵은 영국의 대형 유통채널인 아스다(Asda)와 오카도(Ocado)에 입점했다.

적극적인 마케팅도 필수다. 유튜브·틱톡 등의 채널을 활용해 시식 영상이나 먹는 법 등을 담은 콘텐트로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한다. 때론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빼빼로는 북미 시장에 널리 알리기 위한 첫 행보로 지난해 뉴욕타임스퀘어와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중심가에 아이돌 ‘뉴진스’를 앞세운 디지털 옥외광고를 선보였고, 광고 이미지를 랩핑한 버스를 뉴욕·로스앤젤레스에서 운영했다. 또한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베트남과 필리핀의 주요 스폿에서 팝업스토어와 시식 행사를 열며 적극적으로 제품 알리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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