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노인표 눈치 보는 여야…노인 빈부격차 커져도 외면했다 [양극화 심해진 고령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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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령층 문제의 본질은 빈부 격차다. 소득‧자산 상위 고령층은 청년이나 중년층보다 풍족하다. 반대로 하위 고령층은 근로 가능한 신체적 여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절대적 빈곤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대상을 확실히 구분해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치권의 셈법은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멀다.

노인 소득불평등, OECD 6번째

한국의 고령층 빈부격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8일 지난해 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령층(65세 이상)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76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6번째로 컸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사이의 값으로 클수록 더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65세 이상의 OECD 평균 지니계수는 0.306이었고, 한국보다 지니계수가 높은 건 코스타리카(0.5), 멕시코(0.451), 칠레(0.441), 미국(0.409), 튀르키예(0.402)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지니계수를 비교했을 때 18~65세에선 지니계수가 0.007 감소하면서 불평등이 완화했지만, 66세 이상의 은퇴 연령층에선 되려 0.005 증가해 소득 불평등이 악화했다. 유독 고령층만 빈부격차가 계속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60세 이상 유권자, 2030보다 많아지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발표한 공약엔 어르신을 타깃으로 한 이른바 ‘실버 공약’이 모두 포함됐다. 60세 이상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의 정치 '파워'가 세져서다. 다음 달 치러지는 총선에서 역대 처음으로 60세 이상이 20~30대보다 더 많은 표를 행사하게 된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18세 이상 인구(4483만명) 중 60대가 763만명, 70대 이상이 632만명으로 31.3%를 차지했다. 20대(14%)와 30대(14.8%)를 합해도 28.8%에 그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와 경로당‧노인복지관 무료 급식 제공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먼저 어르신에게 주 5일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자 국민의힘이 곧장 점심 제공을 주 7일로 확대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간병비 급여화나 경로당 무료 급식 등의 정책 대상은 사실상 고령층 전체다. 폐지 줍는 노인 등 저소득 고령층은 현실적으로는 경로당 이용 등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정책의 혜택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고령층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도 똑같이 기초연금 받아

고령층을 신경쓰다보니 기초연금 개편도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현행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월 33만4810원(단독가구 기준)을 지급한다. 2014년 435만명이었던 수급 대상은 올해는 701만명으로 늘었다. 단독가구를 기준으로 소득인정액 월 213만원까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소득인정액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137만원이었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중상층 노인에게까지 혜택을 받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생계급여 같은 사회수혜금과 연금을 더한 공적 이전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많은 게 일반적이지만, 고령층은 예외다. 60세 이상 중 소득 1분위 가구는 2022년 평균 740만원의 공적 이전소득을 거뒀는데 5분위 가구는 1523만원에 달했다. 공적 이전소득은 2분위(1084만원), 3분위(1378만원), 4분위(1449만원) 등으로 소득 분위에 따른 차이도 크지 않았다.

OECD는 한국경제 보고서 등을 통해 “지원 대상을 보다 축소하면서도 소득 지원이 가장 필요한 저소득 고령층에게는 더 많은 기초연금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수차례 제안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이 가난하다는 전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부 격차가 문제인데 정책 초점이 노인 세대의 가난으로만 맞춰지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회복지·보건·교육 등 복지 관련 세출은 2011년 127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23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41.3%에서 50.5%로 증가해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고령화에 따라 복지 지출이 앞으로도 가파르게 증가할 예정인 만큼 한정된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지 않고서는 재정건정성까지 위협할 예정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노인이 가장 빈곤하다고 하는데 한국은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다. 비금융자산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가난한 노인 비율이 확 줄어든다”며 “OECD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소득 불평등이 가장 높다는 게 한국 고령층의 더 중요한 특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30%에게만 더 많이 지급한다든지 이런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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