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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PF 연체율 올라도, 금융사들 감내 가능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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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비은행 금융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대비 PF 대출 잔액 비율이 높은 저축은행 등의 경우 PF 부실 확산시 입는 타격이 특히 크다. 다만 한국은행은 “금융권이 양호한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부실 리스크 확산 시에도 금융사가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13.7%로 집계됐다. 2분기(17.3%) 이후 조금씩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PF 대출 연체율도 각각 6.9%·4.7%로 3분기(5.6%·4.4%) 대비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 대비 PF 대출 잔액이 65.1%를 차지하는 데다, 자본 대비 PF 연체액 비율도 4.5%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PF 사업장 부실화가 가속화할 경우 연체율이 한동안 높은 수준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PF 사업장 부실이 시공사 부실로 이어지고, 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또 다른 PF 사업장으로 위험이 전이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최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간 태영건설도 일부 PF 사업장 부실이 시공사 부실로 이어진 사례다.

다만 한은은 향후 PF 대출을 둘러싼 부실이 확산하더라도 금융사가 양호한 손실흡수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PF 사업장을 고위험·중위험·저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이들 사업장에서 부실이 확산하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외부 위기에 대한 금융사 대처 능력 평가)를 시행한 결과다. 금융권의 고위험 사업장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5조9000억원, 중위험과 저위험 사업장 익스포저는 각각 20조7000억원·103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리스크가 이미 현재화돼 금융감독원이 ‘악화 우려’ 상태로 분류한 사업장의 익스포저는 2조7000억원이다.

한은은 ▶악화 우려·고위험 사업장 익스포저 전체가 부실화하는 상황과 ▶이들 사업장의 부실로 시공사에 유동성 문제가 생겨 다른 사업장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최악의 경우 저축은행의 자본비율은 14.1%에서 11.4%까지 하락하고, 여전사(18.4%→16.8%)와 증권사(740.9%→717.1%)에서도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다만 평균 자본비율은 모든 업권에서 규제비율(저축은행은 7~8%)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 흡수 능력이 양호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현 상황에선 리스크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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