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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복잡해진 지구 시간 계산 "빙하 녹으며 자전에 영향"

중앙일보

입력

ㅈ나 1월 칠레 남부 마가야네스와 안타르티카 칠레나 지역 티에라델푸에고 군도의 해협의 빙하. AFP=연합뉴스

ㅈ나 1월 칠레 남부 마가야네스와 안타르티카 칠레나 지역 티에라델푸에고 군도의 해협의 빙하. AFP=연합뉴스

인간의 활동이 야기한 기후 변화가 지구의 자전 속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27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면서 지구의 적도 부근에 많은 양의 물이 쏠린 탓이라는 내용이다.

논문 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던컨 애그뉴 교수(지구물리학자)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구 온난화는 지구 전체의 회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애그뉴 교수에 따르면 빙하가 녹아 적도로 흐른 물은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허리에 질량이 집중되고, 반대로 극지방에서는 거대한 빙하가 얇아지면서 압력이 약해져 땅이 융기한다. 이로 인해 지구가 타원체에서 구(球)의 형태에 가까워지면서 지구의 자전을 느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1초 빼자” 논의됐지만…온난화가 빨라지던 자전에 제동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전경. NASA·NOAA=연합뉴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전경. NASA·NOAA=연합뉴스

이는 최근 10년여 사이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 추세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게 애그뉴 교수의 주장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지구의 중력, 태양·달·바다의 조수·대기와 지구 핵의 회전 속도 간의 상호 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자전 속도가 완벽하게 일정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지구의 자전 시간을 원자시계(1초=세슘 동위원소 91억9263만1770회 진동)로 측정해 전 세계 표준시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하루'라는 시간의 오차값을 보정해왔다. 1970년대부터 지구의 자전 속도가 조금씩 느려졌기 때문에 협정 세계시(UTC)에 '윤초(leap second)' 1초를 2년 주기로 27회 추가해왔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윤초를 추가하지 않았다. 조금씩 느려지던 자전 속도가 지구 내부 핵의 변화 탓에, 빨라지는 쪽으로 반전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이르면 조만간 협정 세계시(UTC)에 사상 처음으로 '음의 윤초'(-1초)를 도입할 가능성을 논의해왔다.

논문은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시간을 줄여야 하는 정확한 시점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애그뉴 교수는 "빙하가 녹아 지구의 자전을 방해하고 있지 않았다면, 빠르면 2026년 말에는 시간에서 1초를 삭제해야 했을 텐데, 지구온난화 탓에 2029년까지도 음의 윤초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결과 불확실성 크다" 목소리도   

이번 연구 결과는 외신과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매우 복잡해 이 연구 결과를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다 레빈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소속 물리학자는 "지구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건 본질적으로 까다롭고, (지구 온난화가 빨라지는 자전 속도를 저해한다는) 연구결과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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