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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상속세↓, 한국은↑…“편법 탈세 키우는 부작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상속세율을 낮추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만 상속세율이 높아지고 있어 부(富)의 해외 이전이나 편법적 탈세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2024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에서 2000년 50%로 인상됐다. 게다가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할 때는 평가액의 20%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할증 과세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 상속세율은 60%까지 치솟아 일본(55%)보다 높은 세계 1위다. 최대주주 할증 대상에 중소기업이나,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이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은 제외된다.

대한상의는 “한국과 달리 주요 7개국(G7)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분위기”라며 “과도한 상속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캐나다는 이중과세 해소를 위해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자본이득세는 자산을 매각해서 발생하는 이득(손실)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55%였던 최고세율을 2012년 이후 40%로 고정했다. 독일은 2000년 35%였던 최고세율을 30%로 낮췄고 이탈리아는 2001년 상속세를 폐지했다가 2007년 이후 4%를 유지하고 있다.

과세 방식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은 상속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20개국은 상속인 각자의 취득 재산을 기준으로 개별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적용해 상속 부담이 더 크다.

대한상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선 일반주주 배당 확대보다 대주주 지분이 많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주주 배당을 확대하는 기업에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배당 촉진 세제’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현재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늘려도 세제 지원이 없다. 2018년 환류(재투자) 소득에서 배당을 제외하면서 기업이 배당을 확대하면 되레 법인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과도한 상속세 등 경직적인 세제가 민간 활력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기업은 국가의 최대 납세자이자 국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천인 만큼 국제 기준과 정합성을 높이고 기업투자와 국민소득 증대를 뒷받침하는 조세제도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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