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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대 경제효과라더니…3년 만에 끝난 '文 군산형 일자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10월 2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소룡동 ㈜명신 군산공장(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2019년 10월 2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소룡동 ㈜명신 군산공장(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文 "전기차 시대 주인공"…3년 사업 끝나

문재인 정부 때 현대조선소 가동 중단(2017년 7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2018년 5월)를 계기로 추진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지난달 3년 만에 끝났다. 하지만 10조원대 경제효과가 기대된다는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성적표가 초라해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전북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은 기업과 노동자·지자체 등 노·사·민·정이 상생협의회를 꾸려 적정 임금과 노동 시간 등을 협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전국 8개 지역에서 추진했으나 일부는 공장도 짓지 못하는 등 '준비 부족' '퍼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0월 24일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군산형 일자리는 세계 전기차 시대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군산형 일자리는 현대자동차·LG화학 등 대기업이 참여한 광주·구미와 달리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이 주축인 게 특징이다. 완성차 업체인 ㈜명신·KGM커머셜㈜(옛 ㈜에디슨모터스)·㈜대창모터스·㈜MPS코리아와 전장 부품 업체 ㈜코스텍 5곳이 옛 GM 군산공장과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2024년까지 5412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32만5000대를 생산하고 1714명을 채용하는 게 핵심이다.

노·사·민·정 대표들이 2019년 10월 24일 전북 군산시 소룡동 ㈜명신 군산공장(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협약을 맺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사·민·정 대표들이 2019년 10월 24일 전북 군산시 소룡동 ㈜명신 군산공장(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열린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협약을 맺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지자체 3800억 투입…"목표 미달"

당초 정부는 미국·중국 등 해외 메이커 위탁 생산으로 GM 군산공장 빈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11조4671억원 생산효과, 2조8149억원 부가가치, 3만9899명 취업유발계수를 예상했다. 정부·전북도·군산시는 3년간 인건비와 연구·개발(R&D) 지원금, 인력 양성 등 16개 관련 사업에 38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참여 기업 총 투자액은 지난 1월 기준 3045억원으로 목표 절반을 조금 넘겼다. 이마저도 ㈜MPS코리아는 2021년 8월 투자를 철회했다. 현재 일자리(530개)는 목표치 30% 수준이다. 전기차 위탁 생산량도 4300대로 목표 물량 1.3%에 그쳤다.

정부는 "전기차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명신은 중국 지리자동차 전기 화물차 '쎄아' 국내 인증 절차를 마무리한 뒤 '명신'이란 이름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부품을 들여와 군산에서 조립·생산할 계획이다. KGM커머셜㈜은 오는 9월 중형 전기 버스 양산과 베어샤시 수출, 대창모터스는 다음 달 소형 전기 화물차 생산, 코스텍은 전기차 전장 부품 제작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외형적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지만, 지역 경제 추락을 막고 재도약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기준 군산 GRDP(지역내총생산) 23.4%를 차지하던 두 핵심 기업이 문을 닫자 약 1만7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협력업체와 연관 서비스업까지 휴·폐업하면서 군산 인구(27만명) 4분의 1이 생계 위기에 놓였다"면서다.

문성철 전북도 일자리민생정책과장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2017년 당시 군산 고용률은 52.6%였으나, 군산형 일자리 추진 이후 2021년 56.1%, 지난해 58.8%로 계속 올랐다"며 "내연기관차 위주 자동차 산업을 친환경·미래차 중심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도 됐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10일 양산 2년여 만에 누적 생산 10만대를 돌파한 캐스퍼.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0일 양산 2년여 만에 누적 생산 10만대를 돌파한 캐스퍼. 연합뉴스

캐스퍼 누적 11만대 생산…"전기차 수출 준비"

반면 국내 첫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에 들어가는 등 순항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로 불리는 GGM은 현대차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란 근로자가 반값 수준 연봉을 받는 대신 주거·복지 등 사회적 임금을 제공받는 제도다. GGM은 회사 설립 후 620여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40여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2019년 1월 공식 출범한 GGM의 태동은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시작됐다. 윤장현 당시 광주시장 후보가 '연봉 4000만원, 일자리 1만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했다. GGM은 2021년 9월부터 캐스퍼를 위탁 생산해 지난해까지 11만대를 생산했다. 올해는 전기차 생산을 위한 시설 구축을 마치고 총 4만8500대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2021년 10월 6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출시된 현대차 첫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캐스퍼'를 인도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캐스퍼 사전 예약 첫날(2021년 9월 14일) 인터넷을 통해 차량을 예약했다. 뉴스1

2021년 10월 6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출시된 현대차 첫 경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캐스퍼'를 인도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캐스퍼 사전 예약 첫날(2021년 9월 14일) 인터넷을 통해 차량을 예약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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