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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대서 '빅7'로…충북대 총장 "400억 투입, 교수 100명 채용"

중앙일보

입력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이 25일 오후 충북대 총장실에서 열린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 교육여건 개선 방안 등을 밝히고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미리 보낸 질의서에 직접 답변서를 준비해왔고,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을 내놨다. 프리랜서 김성태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이 25일 오후 충북대 총장실에서 열린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 교육여건 개선 방안 등을 밝히고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미리 보낸 질의서에 직접 답변서를 준비해왔고,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을 내놨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작았던 ‘미니 의대’가 단숨에 ‘빅7’ 의대로 등극했다. 교육부로부터 정원 200명을 배정 받은 충북대학교 얘기다. 충북대 의대의 현 정원은 49명이다. 예상보다 큰 폭의 증원에 “최대 수혜자”라는 긍정적 평가와 “교육 여건 악화”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충북대병원 의사·교수 50여 명이 사직하는 등 반발도 컸다.

증원 배정 후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25일 “추가 재정 투입 없이도 120~150명은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며 “의대생, 교수들은 정부의 지원 약속을 믿고 학교로 돌아와달라“고 말했다.

“골든타임 놓쳐 사망한 환자 年 50명, 의사 늘어야”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에 이어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25일 오후 전국 의대중 가장 큰 폭으로 증원된 충북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에 이어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25일 오후 전국 의대중 가장 큰 폭으로 증원된 충북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증원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크다.
충북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올해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공개한 세계 병원 순위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은 52위에 그친다. 종종 앞자리가 6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생존가능 사망자 수도 연간 5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반면 도내 의대 정원은 89명이다. 건국대 충주캠퍼스와 충북대 두 곳의 정원을 합한 수다. 인구 수가 충북보다 작은 강원도도 의대 정원은 250명이 넘는다.  
신청 인원도 200명 수준이라고 들었다  
정부의 수요 조사가 두 번 있었다. 작년 초 첫 조사 때는 2025학년도에 120명, 2027학년도엔 150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써냈다. 공간 확장이나 교수 추가 채용이 없다는 전제 하에 신청한 것이다. 지난해 연말쯤 이뤄진 두 번째 조사 땐 목표를 바꿨다. 정부에서 의대 증원과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거점국립대들이 200명 이상을 적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고, 우리도 그 수준으로는 맞춰달라고 신청했다.
의대 교수들과 논의한 것인가 
나는 ‘공돌이’다. 생존가능 사망자 같이 생소한 전문용어를 누구한테 들었겠나. 다 의대 교수님들이 말씀해주셔서 안 거다. 일부 교수님이 아예 증원 신청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는데, 이건 수용이 불가능한 얘기였다.  

“증원에 400억 소요, 교수 100명 추가 채용 추산”

충북대 의대 해부학 교실 내부.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대 의대 해부학 교실 내부.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대 의대 교수들은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교육을 위한 공간과 교수 인력 확보가 단기간에는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의대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증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 있는 그 공간, 그 자리에서 200명을 교육하는 게 아니다. 누가 내 학생, 내 자식을 그런 환경에서 가르치라고 하면 나도 못한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있다면 가능하다.
증원에 필요한 예산은  
정확치는 않지만 공간 확장에 150~200억 원, 실습 장비 구입 50~80억 원 등 400억 원 가량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 대학 해부학 실습실에 카데바를 올릴 실험대가 10개 있다. 이 교실에 실험대를 2~3대 더 놓고, 같은 사이즈의 실습실을 하나 더 늘리면 200명 수업이 가능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종합실험실, CBT 방식의 컴퓨터실, 임상수기센터 등을 더 늘릴 것이다.
예상되는 교수 충원 규모는  
교육부가 요구하고 있는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8명인데, 이를 5명 정도로 맞춘다고 가정하면 100명 정도 추가 채용이 필요하다. 정부가 교수 1000명을 늘리겠다고 했고, 현재 의대를 보유한 국립대가 9곳이다. 그럼 학교당 100명씩은 넉넉히 배정되지 않겠나. 

“지역인재전형 60% 수준으로 늘려야”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이 25일 오후 충북대 총장실에서 열린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 교육여건 개선 방안 등을 밝히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이 25일 오후 충북대 총장실에서 열린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 교육여건 개선 방안 등을 밝히고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고 총장은 선발 전형에 대해서는 “아직 의대 교수들과 상의하지 못해 전형 내용을 말할 순 없다”면서도 “우리 대학 지역인재전형이 50% 정도인데, 정부가 권고한 60%까지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휴학과 교수들의 사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지금은 40개 대학 총장 모두 학생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기 어렵다. 정부가 의료계 대표들하고 협의를 할거라고 믿는다.  
휴학계, 사직계 수리할 생각은 없나
학칙에 의하면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이를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한 뒤 총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돼있다. 학칙에 따라, 부득이한지를 보고 결정하겠다. 사직서 제출하신 교수님들도 모두 만나서 왜 그런지 얘기를 먼저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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