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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업인들 직접 만난 시진핑…'내 안에 너 있다' 교류 주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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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기업대표단과 회동을 가졌다. 사진 중국 중앙(CC)TV 홈페이지 캡처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기업대표단과 회동을 가졌다. 사진 중국 중앙(CC)TV 홈페이지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을 찾은 미국 재계 인사들을 만나 중국과의 경제 교류와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당부했다.

27일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11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국 재계·학계 대표들과 회동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 경제의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선두였고, 세계 경제 성장률에 30% 넘게 공헌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중국 붕괴론'이 나왔다고 중국이 붕괴하진 않은 것처럼 '중국 정점론(Peak China, 중국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나왔다고 중국이 정점에 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양국 각계각층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선(善)을 따르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從善如登), 악(惡)을 따르는 것은 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한순간이다(從惡如崩)"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이어 “교류하고 협력한 뒤 최종적으로는 서로 융합해야 한다(交融)”며 “이렇게 되면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게 되는 것(你中有我我中有你)”이라고 강조했다.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동에 참석한 미국 기업대표단. 사진 중국중앙(CC)TV 홈페이지 캡처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동에 참석한 미국 기업대표단. 사진 중국중앙(CC)TV 홈페이지 캡처

이 자리에는 미중관계 전국위원회 에반 그린버그 이사회 의장(미국 보험사 처브 최고경영자),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회사 블랙스톤 창립자 스티븐 슈워츠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미중기업협의회 크레이그 앨런 회장 등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24~25일 열린 연례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 참석차 베이징에 머물렀다. 이번 회동 일정이 막판까지 확정되지 않으면서 일부 인사들은 출국 시간을 급히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CCTV가 공개한 영상에선 지난 20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이던 팀 쿡 애플 CEO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11월 시 주석 방미 당시 열린 미국 기업가들과의 만찬에 대한 후속 조치 일환이다. 시 주석은 당시 팀 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립자 등 미국 재계 리더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은 문을 활짝 열고 외국인 투자를 위한 고품질 서비스 정책을 유지 중"이라며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발전포럼. AP=연합뉴스.

중국발전포럼. AP=연합뉴스.

회동 배경에는 최근 급감한 외국인들의 대(對)중국 투자액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2023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대중국 직접투자액은 300억 달러(약 44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2%나 줄어든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고치를 찍은 2021년 3441억 달러에 비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은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를 5%로 잡은 이후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상무부는 외국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매달 개최해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귀담아듣고 해결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4일에는 기업의 데이터 해외 전송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역시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진핑, 네덜란드 총리에 "공급망 차단, 분열·대립 초래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을 실무방문하고 있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를 향해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그 어떤 세력도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진보를 막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는 미국 등 서방이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 등으로 중국의 발전을 막더라도 이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리창(오른쪽) 국무원(정부) 총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막식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리창(오른쪽) 국무원(정부) 총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25일 발전포럼 개막 기조연설은 했지만, 지난해 자신이 했던 글로벌 CEO들과 면담은 결국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이 경제 분야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그간 경제 사령탑을 맡아온 총리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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