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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3조 쏟아부어 '쿠세권' 전국으로 확장…알리·테무에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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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의 공습에 쿠팡도 맞불을 놓았다.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당일·익일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장한다. 투자 금액은 알리(3년간 1조5000억원)의 두 배다. 한국 시장을 놓고 쿠팡과 알리가 ‘쩐의 전쟁’에 나서면서 과도한 출혈 경쟁 우려도 나온다.

쿠팡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신규 풀필먼트(통합물류) 센터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10년간 물류망 구축 등에 6조2000억원을 투자한 쿠팡이 그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3년간 쏟아내겠다는 것이다.

재사용할 수 있는 보냉백인 쿠팡 프레시백. 중앙포토

재사용할 수 있는 보냉백인 쿠팡 프레시백. 중앙포토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경북 김천과 충북 제천, 부산, 경기 이천, 충남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 운영을 추진한다.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인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2027년까지 230곳(88%) 이상으로 늘린다. 인구 수로 보면 전 국민 5130만 명 가운데 5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쿠세권에서는 유료 회원이 아니더라도 1만98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이 확대될 지역 대부분이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방 인구소멸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쿠팡이 앞으로 3년간 3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사진 쿠팡

쿠팡이 앞으로 3년간 3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27일 밝혔다. 사진 쿠팡

쿠팡의 이번 투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이커머스 격전지로 떠오른 한국에서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C커머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알리는 한국에 물류센터 설립 등을 포함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이용자 수는 818만 명으로 쿠팡(3010만 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테무도 7개월 만에 581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해 4위에 올랐다.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지난해 첫 연간 흑자(6174억원)를 낸 쿠팡이 또다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신 시장으로 공략하던 대만이 아니라, 다시 한국에 투자를 늘린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쿠팡의 강점인 물류 시스템을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 알리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진 알리

이커머스 업계의 시장 점유율 경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알리는 이날 쿠팡의 투자 발표 이후 한국 상품 전용관인 ‘K베뉴’ 입점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올 6월까지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리는 지난 18일부터 K베뉴에서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행사를 여는 등 돈을 쏟아붓고 있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 큐텐은 이날 애경그룹의 ‘AK몰’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큐텐은 티몬과 인터파크 커머스 부문, 위메프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업체들의 투자·할인 경쟁이 불붙으면 당장 소비자들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다만 과열 경쟁 후 승자만 남았을 때는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상품으로 성장하고 물류에 투자하는 알리의 모습은 초창기 쿠팡을 떠오르게 한다”며 “백화점·대형마트 등은 주로 ‘3강 체제’로 안정적인 경쟁을 벌이는데, 이커머스는 아직 무한 경쟁으로 앞날을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연합뉴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연합뉴스

가격 경쟁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번졌다. 롯데마트·슈퍼는 28일부터 3주간 ‘더 큰 세일’을 진행한다. 한우, 치킨, 대게 등 주요 먹거리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할인 적용 품목 수를 평상시 할인 행사보다 50% 늘렸고, 단독 기획 상품도 역대 최대 규모다. 신세계는 20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랜더스데이’를 다음 달 1일부터 진행한다. 행사 규모는 지난해의 2배인 1조원 수준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등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커머스와 가격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출혈 경쟁이 유통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라며 “가격 경쟁이 확산하면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 위주로 구조조정과 시장 재편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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