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51.97엔‘ 34년 만에 최저....추가 금리 인상 기대 감소

정근영 디자이너

27일 장중 엔화 가치가 ‘1달러당=152엔’ 선을 위협했다. 34년 만에 최저치(환율은 상승)로 밀려나면서다. 이날 엔화가치 급락과 달러 강세로 달러당 원화가치도 다섯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엔화값은 달러당 151.5엔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정오 직전 151.97엔까지 하락했다. ‘거품 경제’ 시절이던 1990년 7월 이후 약 34년 만에 가장 낮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30분 기준 엔화가치는 달러당 151.66엔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19일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며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지만, ‘수퍼 엔저’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날 엔화가치가 급락한 데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분류되는 다무라 나오키 BOJ 정책심의위원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

그는 이날 아오모리현 금융 경제 간담회 연설에서 “현재의 경제, 물가 전망을 비춰볼 때, BOJ는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에서 금융완화 축소에 적극적인 ‘매파’로 평가받는 다무라 위원이 금융완화 정책 변경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전문가도 당분간 수퍼 엔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렸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깝다”며 “더욱이 BOJ 금리 인상 속도가 아주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엔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가치 급락은 국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9.2원 급락한(환율 상승) 1348.7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1일(달러당 1357.3원) 이후 다섯 달 만에 가장 낮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