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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딛고 돌아온 서유석…"임영웅이 부르면 금방 빛 볼텐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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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신곡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를 발표한 1세대 포크 가수 서유석. 연합뉴스

27일 신곡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를 발표한 1세대 포크 가수 서유석. 연합뉴스

올해로 데뷔 45주년을 맞은 1세대 포크 가수 서유석(79)이 제2의 음악 인생을 선언했다.
27일 오전 서울 시민청에서 신곡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 시연회를 연 그는 “30년 동안 방송을 하느라고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 다시 한번 제 인생을 시작하는 뜻에서 노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는 그가 약 10년 만에 발표한 신곡이다. 1960년대를 풍미한 밴드 '키보이스' 출신의 윤항기가 5년 전 작사·작곡했다.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 / 그들이 왜 떠나야 하나 / 그들이 왜 죽어야 하나'로 이어지는 가사에는 팔순을 앞둔 원로 가수의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서유석은 “비록 한 명의 가수에 불과하지만, 지구촌에 웃을 날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부른 노래”라고 소개했다. “곡을 들어보니 하마스와 이스라엘도 생각나고, 중국과 대만도 생각나고, 김정은이 남쪽에 뻥뻥 포 쏘는 것도 생각나고... 일촉즉발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지 않냐”면서 “나 같은 노병도 그 끈을 놓지 않고 사회적 의미가 있는 가사로 끌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서유석의 신곡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 시연회.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서유석의 신곡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 시연회. 연합뉴스

서유석은 1969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곡 ‘어 타임 포 어스’(A time for us)를 번안한 주제곡 ‘사랑의 노래’를 불러 데뷔했다. 이후 ‘가는 세월’, ‘홀로 아리랑’, ‘아름다운 사람’ 등 히트곡을 내며, 김민기·한대수 등과 함께 1970년대 포크계 저항 가수로 활동했다.

1973년 TBC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진행하며 방송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1세대가 좀 게을렀던 것 같다. (방송을 하는 등) 저부터 딴 짓 했지 않냐”면서 “다 늙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노래하고 있는데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기간 뇌경색을 앓으면서 약 2년간 모든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는 “오른쪽에 거의 마비가 올 뻔했는데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있다”며 “기타 칠 때 (손가락) 마디가 펴지지 않는다. 요즘에 와서 기타 연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유석은 5월 8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열고, 올가을부터는 노인을 위한 한마당 축제로 음악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젊은 가수들의 요즘 음악에 대해 그는 “가사에 보편적으로 전 세대에 걸쳐서 소구하는 힘이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나이 먹은 세대가 젊은 세대를 손가락질하면 안 된다. 노래 가사 들어 보면 기가 막힌다”며 “우리 세대가 따라 듣지 못하는 게 문제지 젊은 세대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들이 왜 울어야 하나'는 제가 불러서 빛을 볼 지 안 볼 지 모르겠다. 임영웅이 불렀으면 금방 빛을 봤을 것”이라며 유쾌하게 덧붙였다.

서유석은 달라진 세상에 자신의 노래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면서도 “대중 가수들이 예쁜 사랑 노래만 부르는 건 아니다. 사회성 있는 가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 맥을 이어 음악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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