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 덕에…기업 체감경기 '반등', 수출 물량·금액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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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나노코리아 2023'에서 부스를 둘러보는 관람객의 모습이 시스템 반도체용 웨이퍼에 비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열린 '나노코리아 2023'에서 부스를 둘러보는 관람객의 모습이 시스템 반도체용 웨이퍼에 비치고 있다. 뉴스1

최근 건설 경기 부진에도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반년 만에 반등했다. 자동차 수출이 주춤하지만 수출 물량·금액 지수는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는 모두 호조세를 보이는 '주력 산업' 반도체가 버텨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p) 상승한 69로 집계됐다. 지난달 68로 내려가면서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소폭 반등한 것이다. 해당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부정적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업황 BSI가 오름세를 보인 건 지난해 9월(71→73) 이후 6개월 만이다.

특히 반도체 부문이 좋아지면서 전체 업황을 끌어올리는 양상이 뚜렷했다. 제조업 업황 BSI는 1포인트 오른 71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가 한 달새 14포인트 급등했고, 기타 기계 장비도 3포인트 올랐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수출이 증가했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수주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말했다. 반면 철강 등 건설 수요와 연결되는 1차 금속은 9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이날 한은이 공개한 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수출금액지수는 통관된 수출 물량에 단가를 곱한 값을 지수화한 것으로, 2015년(100 기준) 대비 수출액 추이를 보여준다. 수출물량지수도 1년 전과 비교해 3.8% 상승했다. 수출물량지수는 수출금액지수를 수출 물가(계약 가격)로 나눈 수치인데, 수출용 상품이 얼마나 나갔는지 나타낸다. 이러한 수출금액·물량지수는 각각 5개월, 6개월 연속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그만큼 수출 상품의 양과 질 모두 1년 전보다 좋아졌다는 의미다.

지난달 부산항에서 선적이 진행중인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부산항에서 선적이 진행중인 모습. 연합뉴스

여기에 훈풍을 불어넣은 건 역시 반도체였다. 수출물량지수를 품목별로 나눠보면 자동차가 포함된 운송장비는 7.1% 하락했다. 반면 반도체를 비롯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29.9% 상승했다. 수출금액지수도 운송장비·화학제품 등은 내림세를 보인 반면,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35.9% 상승했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2012년 6월 이후 11년 8개월 만에, 반도체 수출금액지수는 2017년 12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각각 (증가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설 연휴가 있었음에도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1위 수출품' 반도체의 수출이 63% 급증하면서 승용차(-8.2%), 석유제품(-4%) 등의 감소세를 상쇄한 덕이다.

지난 연말부터 바닥을 찍은 반도체 업황엔 꾸준히 봄바람이 불고 있다. 감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 글로벌 IT(정보통신) 경기 회복 등이 겹친 영향이다. 지난해 8~9월 1.3달러에 그쳤던 D램 고정거래가격(8기가)이 2월 1.8달러로 올라선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가격 반등과 수요 회복으로 업황이 살아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성장 수혜까지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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