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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기고] 지역을 넘어 국가대표 특화작목으로 자리잡은 ‘성주 참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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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참외 하면 달콤 아삭한 성주 참외가 먼저 떠오른다. 지난 1월 우리나라 최대 참외 주산지인 경북 성주군을 찾았다. 외지 사람도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유심히 보니 가는 곳곳마다 ‘사상 최초, 참외 조수입 6000억원 달성’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성주군만의 안정적 분위기의 근원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상기후와 노동력 부족 등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져 보였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참외 재배면적은 4686ha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성주를 비롯한 경북지역은 전국 참외 생산량의 94%를 책임질 정도로 명실상부한 참외의 고장이다. 거슬러 올라 1980년대 백색혁명의 서막을 연 비닐하우스 농법의 보급과 ‘금싸라기은천’이라는 품종개발로 참외 생산액이 1989년 848억원에서 1999년 4830억원으로 5.7배 급증했다.

그 시절의 영광과 비닐하우스 참외 농사의 고됨을 또렷이 기억하는 성주 토박이 40년 참외 농업인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곳에서 같은 작물을 연이어 재배할 때 나타나는 연작 피해 중 선충(Nematode)으로 인해 참외 생산량이 급감하여 속병을 앓았던 경험도 들었다. 선충은 0.3~4mm 정도 크기의 동물성 병원체로, 토양과 식물의 모든 부위에 서식하면서 영양분을 흡입한다. 한번 감염되면 완전 방제가 어렵다. 특히 내부 온도가 높은 비닐하우스는 선충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라, 참외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선충을 해결하면 성주군에 공덕비를 세워준다”라고 할 정도로 선충 방제는 까다로웠다.

참외 농사의 어려운 고비마다 농업인을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은 농촌진흥기관과 민간과의 협업이었다. 농촌진흥청,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민간 농자재 기업이 모두 원팀이 되어 똘똘 뭉쳤다. 선충 방제 효과가 우수한 농약을 선발하고, 안전 사용기준 설정 연구에 몰두해 66종의 약제를 등록했다. 참외재배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참외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병해충 방제를 연구개발로 뒷받침했다.

짧지 않은 세월,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쌓인 덕분에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9개 대표작목 중 하나로 ‘성주 참외’가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올해 1월에는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국가 지정 대표연구소로 지정돼 현판식을 열고 한 단계 도약하는 전기를 맞았다. 1994년 설립 이후 30년 동안 참외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의 연구 역량이 빛을 발한 시간이었다.

농촌진흥청과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가 협업으로 다시 손을 맞잡았다. 수직 재배 시스템으로의 전환, 로봇 이용 참외 수확, CA 컨테이너 저장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여 국내를 넘어 글로벌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다.

성주 참외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화작목으로 건실히 자라 지역 경제를 원활히 돌게 하는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지역사회가 자생적 역량을 발휘해 로컬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할 때 진정한 지역 주도 균형발전 시대가 열릴 것이다.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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