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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강인 합작골…기분 좋은 원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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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태국전 두 번째 골을 합작한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이 기뻐하고 있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 주장 손흥민과 몸싸움을 벌였던 이강인은 이 골로 아픔을 훌훌 털어냈다. [연합뉴스]

태국전 두 번째 골을 합작한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이 기뻐하고 있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골을 터뜨렸다. 지난달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 주장 손흥민과 몸싸움을 벌였던 이강인은 이 골로 아픔을 훌훌 털어냈다. [연합뉴스]

흔들리던 축구대표팀이 기사회생했다. 부담스러운 원정 경기를 완승으로 마무리하며 잔뜩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끌어올릴 기회를 잡았다.

임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이 이끈 한국은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원정 4차전에서 전반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과 후반 손흥민(토트넘), 박진섭(전북)의 추가 골을 묶어 3-0으로 이겼다.

3승(1무)째를 거둔 한국은 승점 10점을 기록하면서 C조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중국(7점), 태국(4점), 싱가포르(1점) 등 조별리그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여유 있게 벌렸다. 한국은 오는 6월 싱가포르·중국과의 2차 예선 마지막 2연전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하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3차 예선(최종 예선) 출전권을 확보한다.

선제골은 전반 19분에 나왔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스루패스를 받은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이 상대 위험지역 내 오른쪽을 파고든 뒤 슈팅으로 연결했고, 문전 앞 경합 상황에서 이재성이 오른발로 밀어 넣어 골네트를 흔들었다.

다소 답답한 흐름 속에 전반을 한 골 차로 마친 한국은 후반 9분 이강인과 손흥민이 추가 골을 합작하며 승기를 잡았다.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이 찔러준 볼을 손흥민이 받은 뒤 상대 위험지역 내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위력적인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득점 직후 두 선수가 환한 표정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장면은 대표팀 내 ‘갈등 해소 완료’를 선언한 장면처럼 보였다.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는 이재성(가운데). 지난 21일 태국전에서 도움을 기록한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연합뉴스]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는 이재성(가운데). 지난 21일 태국전에서 도움을 기록한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연합뉴스]

이강인의 도움을 받아 득점포를 터뜨린 손흥민은 월드컵 2차 예선 네 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자신의 125번째 A매치에서 통산 46번째 골을 신고하며 역대 랭킹 2위 황선홍 감독(50골)과의 격차를 네 골로 좁혔다.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역대 최다 골 기록(58골)과는 12골 차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교체 투입된 박진섭이 후반 37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패스를 받아 한 골을 보태며 스코어를 세 골 차로 벌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기준으로 79계단이나 낮은 상대(태국 101위)와의 맞대결이었지만, 킥오프를 앞둔 한국(22위) 선수단 분위기는 무거웠다.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홈 경기에서 졸전 끝에 1-1로 비긴 부담감이 남아있는 듯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여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도, 35도 기온에 70%의 습도가 더해진 현지 특유의 찜통더위도 변수였다. 경기를 앞두고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주장 겸 에이스 손흥민, 황선홍 감독 모두 “그저 머리 박고 뛰는 수밖에 없다”며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정면 돌파’를 결심한 황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했다. 앞서 아시안컵 기간 중 동료 선수들과 갈등을 빚어 논란의 중심에 선 이강인을 과감히 선발로 기용했다.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그라운드에 오른 이강인은 황선홍호의 선제골과 추가 골에 모두 관여하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강인은 2선의 오른쪽 날개 공격수 역할을 맡았지만,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공격 지역을 부지런히 누볐다. 역습 상황에서 빨랫줄 같은 패스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내며 플레이메이커로서 제 몫을 다해냈다.

승리를 확신한 황 감독은 후반 30분 이강인과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김문환(알두하일) 등 선발 멤버들을 교체했다. 이후에도 한국은 파상 공세를 이어가며 부담스러운 원정 경기를 부활의 축제로 만들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5만여 태국 홈 관중이 세 번째 실점 직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한국 축구의 희망을 일깨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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