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컨테이너선과 쾅, 20초 만에 교각 와르르…차량·사람 사라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2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의 충돌로 붕괴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사고로 다리를 달리던 차량들이 물속에 추락하며, 물속에 빠진 실종자들을 수색하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의 충돌로 붕괴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사고로 다리를 달리던 차량들이 물속에 추락하며, 물속에 빠진 실종자들을 수색하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교량이 대형 화물선에 충돌해 붕괴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메릴랜드주는 인명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CNN·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28분쯤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교각에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달리’가 충돌했다. 교각은 약 20초 만에 붕괴하며 물속으로 무너져내렸다. 사고로 여러 명의 사람과 차량 여러 대가 패탭스코 강에 빠진 것으로 당국은 추정한다. 현지 언론은 사고 당시 다리 위에서 근로자 20여 명이 일하고 있었다는 목격담을 전했다. 구조대원들이 강물에 빠진 2명을 구조했고, 물속에 빠진 7명가량을 수색하고 있다.

관련기사

사고는 볼티모어항을 떠나 스리랑카로 가려던 달리호가 출항한 지 30분 만에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수사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테러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폴 위데펠드 메릴랜드주 교통부 장관은 “구조작업 이후 조사가 진행되겠지만, 충돌 이전에 배가 항로를 이탈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달리의 선주는 성명을 통해 “선장을 포함해 모든 선원은 무사하다”고 밝혔다. BBC는 해운 전문가를 인용해 사고 원인이 메인 엔진 고장, 조향 장치 고장, 발전기 정전, 항해사의 오류 등 네 가지일 수 있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붕괴로 물속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보트에 탄 구조대원들.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붕괴로 물속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보트에 탄 구조대원들. [EPA=연합뉴스]

당시 충돌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면 교량으로 접근하던 달리호는 갑자기 전체 조명이 꺼진 상태로 약 1분간 교각 쪽으로 그대로 이동했다. 달리호는 조명이 들어온 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급하게 진행 방향을 변경하려고 했지만, 조명이 들어온 지 약 1분 만에 조명이 모두 꺼졌다. 정전으로 추정되는 상황은 또다시 약 50초간 지속됐고, 다시 조명이 들어왔지만 이미 교량에 너무 근접해 있던 달리호는 교량과 충돌했다.

소방 당국은 헬기와 보트, 잠수부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쌀쌀한 날씨에 사고가 어두운 새벽 시간에 발생해 수색에 애먹고 있다. CNN은 “붕괴한 다리 인근의 수온은 9도로, 해당 온도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고 지점 인근 고속도로는 양방향이 통제돼 출근시간 수천 명이 통근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용감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교각 붕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다”며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화물선 충돌 지점

화물선 충돌 지점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695번 주간고속도로의 일부로, 길이 2.6㎞의 4차로 다리다. 볼티모어뿐 아니라 워싱턴과 뉴욕을 오가는 차량들도 이용해 왔다. 메릴랜드 주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다리를 이용한 차량은 1240만 대였다. 다리 이름은 미 국가인 ‘성조기(The Star-Spangled Banner)’의 가사를 쓴 시인이자 변호사 프랜시스 스콧 키에서 따왔다. 다리 건설 비용은 1억4100만 달러(약 1890억원)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7억3500만 달러(9860억원)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달리호는 2015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현대중공업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5년 1월 5일 달리호 명명식이 열렸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그리스 선사인 오션벌크로부터 1만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했는데 그중 하나가 달리호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이름을 딴 달리호는 길이 300m, 폭 48.2m, 깊이 24.8m의 크기에 22노트의 속력으로 운항할 수 있다. 달리호는 2016년 벨기에 앤트워프항에 정박하는 과정에서 돌담과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사고는 선장과 항해사의 실수로 분석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